길섶에서
[길섶에서] 김밥집들/정기홍 논설위원 l 2015-03-05
김밥은 시장기를 간단히 해결하고, 눈앞에서 말고 썰어 내놓아 손맛을 바로 느끼는 몇 안 되는 먹거리다. 집밥 같은 친근함으로 주로 ‘가게’보다 ‘집’을 붙인다. 김밥집을 달리 보는 일이 생겼다. 집 근처 백화점 앞의 건물 1층에 프랜차이즈 김밥집 두 곳이 가게 한 곳을 건너뛰어 나란히 문을 열…
[길섶에서] 꽃눈/문소영 논설위원 l 2015-03-04
2월 초부터 소백산에 매화가 피었다는 소식을 시작으로 노란색 난쟁이 복수초와 변산바람꽃 등을 사진 찍어 보내는 친구들이 점차 늘어나고 있다. 오늘 아침에는 마른 가지 사이에 유일하게 한 송이 핀 개나리꽃 사진을 한참 들여다봤다. 조만간 병아리색의 수줍은 생강꽃과 만개해 흐드러진 개나리꽃,…
[길섶에서] 인과응보/정기홍 논설위원 l 2015-03-03
40대 후반 이혼녀가 겪고 있는 일이다. 불치병에 걸린 전 남편이 그녀와 함께 사는 딸에게 “과오를 사과하고 용서를 받고 싶다”고 전화를 했다. 그녀는 결혼 후 딸 셋을 낳았고, 10여년 전 아들을 바라는 남편의 집안에서 소박을 맞았다. 애들을 맡겠다는 남편 고집에 10대 초중반의 딸들을 남긴 채 …
[길섶에서] 카레 냄새/최광숙 논설위원 l 2015-03-02
인도의 대표적인 음식인 카레를 처음 먹어 본 것은 초등학교 시절이다. 당시 여고생 사촌 언니가 가정 시간에 배운 카레 요리를 직접 집에서 시연하면서다. 연탄 난로에 큰 냄비를 올려놓고 감자와 당근이 익으면 고체형 카레를 뚝뚝 잘라 넣던 사촌 언니를 마치 신문물을 소개하는 전도사처럼 신기해하…
[길섶에서] 김장 김치의 최후/서동철 논설위원 l 2015-02-28
김장과 만두는 거리가 멀어 보이지만 적어도 나의 뇌리에서는 깊은 관계가 있다. 어린 시절 우리 집에선 100포기 이상의 배추로 김장을 담그었던 것 같다. 그런데 한참 맛있던 김치가 설이 지나 이맘때에 이르면 신맛이 깊어지게 마련이었다. 그러면 어머니는 봄방학을 받아 빈둥거리는 4남매를 불러 모…
[길섶에서] 아빠 전성시대/문소영 논설위원 l 2015-02-27
TV를 틀면 ‘아빠 전성시대’다. 영화 ‘국제시장’으로 산업화 세대 아버지 덕수의 헌신에 열광하면서도 파독 간호사로 생고생한 덕수 아내의 수고는 그저 묻어서 평가하는 듯하다. 아빠와 엄마의 고생을 편 갈라서 누가 더 고생했나 경연을 붙이고 편애를 하자는 것은 아니지만, 어느 날 대중매체에서…
[길섶에서] 교복의 추억/최광숙 논설위원 l 2015-02-26
최근 재미난 사진 한 장을 휴대전화로 받았다. 초등학교 3학년 조카가 옛날 교복 차림으로 서 있는 모습이다. 그의 40대 부모도 입어 보지 못했을 까만 교복 저고리를 입고 손가락으로 브이(V) 자를 그리며 제 옷을 입은 양 천연덕스럽게 웃고 있다. 학교 배지가 달린 모자를 삐딱하게 쓰고, 손에 들려…
[길섶에서] 동화책/정기홍 논설위원 l 2015-02-25
밤늦게 동화책 두 권을 읽었다. 호랑이와 곶감 이야기, 첫날밤에 방귀 뀌고 소박맞은 색시 이야기 등 전래 동화와 외래 동화를 조각 내 역은 책이다. 이야기는 스무 가지가 너끈히 됐다. 도깨비방망이 글을 읽을 땐 “금 나와라 뚝딱!” 하면 금은보화가 금방 쏟아질 것만 같다. 나이 오십줄에 야밤을 …
[길섶에서] 에누리 스트레스/서동철 논설위원 l 2015-02-24
설 연휴를 TV 보기로 소일했다. 오락 프로그램의 홍수 속에서 이른바 여행 리얼리티의 인기는 여전했다. 동남아시아 지역을 찾아간 프로그램에서 어김없이 등장한 장면은 물건값 깎기였다. 출연자들은 갖가지 애교를 동원해 결국 헐값에 먹거리를 구입하곤 했다. 주어진 경비가 매우 적다는 설정이니 이…
[길섶에서] 간단 요리법/문소영 논설위원 l 2015-02-23
‘옥수수 삶는 법을 몰라 어려웠다’며 한숨을 쉬면 성인 남녀 모두 외계인 보듯 했다. 그걸 왜 모르느냐는 것이다. 10년 전에 인터넷에 올라온 옥수수 삶는 법은 ‘냄비의 물이 끓으면 옥수수를 넣고서 익혀 꺼낸다’는 식이었다. 채반에 올려서 쪄 내는지, 옥수수를 끓는 물 속에 퐁당 담가 삶아 내는…
[길섶에서] 고향 사투리/정기홍 논설위원 l 2015-02-18
TV 장학퀴즈 프로에서 진행자가 “구황작물로 조선 말에 일본에서 들여와 감자와 함께 즐겨 먹는 것은?”이라고 물었다. 경상 지방에서 온 고교팀이 먼저 벨을 눌렀다. “고메.” “아닙니다.”, “물고메.” “틀렸습니다.” 정답은 고구마였다. 진행자가 사투리라고 언질을 줄 것이지…. 그 팀은 억울…
[길섶에서] 개수대/정기홍 논설위원 l 2015-02-17
책을 보다가 ‘개수대에서 고양이 세수를 했다’는 구절을 보고 “무슨 뜻인지 아냐”며 설거지하던 아내에게 물었다. 들은 듯 만 듯 가물가물했다. “싱크대 세수지 뭐야.” 싱겁게 답이 왔다. 그 공간이 여자의 샘터 같은 곳이니 남자보다는 더 알 거고…. 옆에 있던 사전을 들었다. 한자어로 개수대…
[길섶에서] 술 자랑/서동철 논설위원 l 2015-02-16
연암 박지원(1737~1805)의 ‘열하일기’를 최근에야 읽었다. 북학파의 대표 주자로 새로운 문물에 대한 지적 호기심과 뛰어난 감수성은 듣던 대로였다. 그런데 읽는 재미를 더해 주는 것은 매일이다시피 등장하는 술 얘기였다. 특히 청나라 황제의 여름 별궁이 있는 열하(熱河)에서 술 먹은 이야기는…
[길섶에서] 거짓말/문소영 논설위원 l 2015-02-14
할리우드 영화로도 제작된 영국 소설 ‘쇼퍼홀릭’의 여주인공 레베카를 생각하면 10여년 전 그 책을 읽으면서 화병이 생길 것처럼 답답했던 감각이 살아난다. 대학을 갓 졸업한 25살의 레베카는 경제전문 잡지 기자로 일하는데도 경제 관념이 ‘꽝’이다. 쇼핑중독증 탓이다. 은행이 대출을 제안하자 …
[길섶에서] 신언서판(身言書判)/오일만 논설위원 l 2015-02-13
취업 준비생들과 대기업 인사 담당자가 한자리에 모인 TV 프로그램에 채널을 멈췄다. 취업 전선에 내몰려 패배감에 짓눌려 있는 청년들에게 승리의 비법을 알려주는 자리였다. 취업 준비생들의 궁금증은 서류전형이나 면접에서 당락 기준이 뭔지에 집중됐고 자신들이 왜 떨어졌는지조차 모르는 취업 시…
[길섶에서] 긍정의 언어/구본영 논설고문 l 2015-02-12
컬린 터너가 그랬던가. “질투나 분노의 언사는 다른 사람을 해치지 않고 자신을 해칠 뿐이다”라고. 근래 국회의원이나 고위 공직자들이 공·사석에서 쏟아낸 막말이나 허풍으로 구설에 휘말리는 것을 지켜보면서 새삼 가슴에 와 닿는 명언이다. 각박해진 세태 탓일가. 우리 사회 전반이 온통 거친 …
[길섶에서] 긍휼(矜恤)/진경호 논설위원 l 2015-02-11
중학생 때던가. 유독 어려웠던 한자가 ‘긍휼’(矜恤)이었다. 쓰기도 어렵거니와 뜻도 쉽게 와 닿질 않았다. ‘자랑할 긍, 불쌍할 휼이라니…. 이게 무슨 말?’ 그나마 ‘피를 흘리는 마음’이라 할 ‘휼’이 ‘불쌍하다’ ‘안타깝다’는 마음을 절로 갖게 하니 ‘불쌍히 여겨 돌보아 줌’을 뜻한다는…
[길섶에서] 이니셜 정치/정기홍 논설위원 l 2015-02-10
정치인 이름이 영문 이니셜(약칭)로 통칭된 것은 ‘3김 시대’부터다. 김영삼은 YS, 김대중은 DJ, 김종필은 JP다. 계파 정치의 산물이고 ‘권력 수장’의 분위기도 풍기는 일종의 포장이다. 개중엔 발음이 입에 붙지 않아 널리 쓰이지 않은 경우도 있다. HC(이회창)와 MJ(정몽준), DY(정동영) 등이 그 …
[길섶에서] 빵 굽기/문소영 논설위원 l 2015-02-09
제빵에 취미가 있었던 시절은 고등학교 1학년 때다. 미혼의 막내 고모가 큰오빠네인 우리 집에 눌러앉아 신부수업 중이었다. 빵 굽기는 신부수업의 한 테마였던 터라 그 고모의 어깨 너머로 배웠다. 어쩌다 먹어 보는 폭신하고 달콤한 케이크를 직접 만든다는 사실에 살짝 흥분도 했다. 밀가루 한 컵에…
[길섶에서] 배려와 넘침/정기홍 논설위원 l 2015-02-07
“오늘도 지하철을 이용하시는 고객님께, 하루를 즐겁고 건강하게….” 아침 출근길에 듣는 익숙한 안내 방송이다. 대체로 기관사의 목소리가 좋고 말도 조리 있다. 서론이 기니 본론이 좀 길다. 십수 개의 역사를 거치면 보통 두어 번은 이어진다. 매뉴얼에 충실하는 건지 자기 중심의 멘트인지는 모르…
[길섶에서] 향일암 ‘소원의 벽’/문소영 논설위원 l 2015-02-06
한국에는 바다가 보이는 지점에 유명한 관음사찰들이 있다. 사찰 주변을 둘러보면 꽃으로 만든 보관을 쓴 해수관음보살이 중생 구제를 위해 유려한 모습으로 서 있다. 강원도 낙산사의 홍련암과 남해 보리암과 함께 여수 향일암(向日庵)도 관음사찰이다. 향일암은 행정구역으로는 여수시 돌산읍 율림리…
[길섶에서] 소통/오일만 논설위원 l 2015-02-05
친구에게 들은 이야기다. 하루는 자기 회사 사장이 간부들을 대상으로 갑자기 회식 모임을 공지했다. 회식 자리에 가서야 긴급 소집 이유가 ‘사내 소통 부재’라는 것을 알았다. 사장은 저녁 식사 중 시종일관 소통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참석자들은 한 시간 넘게 사장의 주입식 소통 강의를 들어야 했…
[길섶에서] 커피 도시/서동철 논설위원 l 2015-02-04
강릉에 가면 주문진항에서 온갖 수산물을 맛봐야 본전을 뽑는 줄 알았다. 그런데 요즘엔 커피 한잔을 즐겨야 이 도시가 가진 매력을 제대로 느끼는 것이라고 한다. 커피만으로도 이 도시를 찾을 충분한 이유가 된다는 것이다. 강릉에서도 커피 맛이 기가 막히다는 곳을 찾아나섰다. 시내 한복판이 아…
[길섶에서] 욕심/정기홍 논설위원 l 2015-02-03
개와 고양이, 인간에게 좋아하는 고기를 먹이는 실험을 했다. 인간은 배가 터질 정도로 먹어 댔지만 두 짐승은 위 용량의 80%에서 그쳤다고 한다. 강물에 비친 고기를 탐해 물고 가던 고기마저 놓쳐 버린 ‘욕심 많은 개’보다 더한 미련함과 어리석음이 인간에게 있음을 보인 사례다. 언제나 영리한 두…
[길섶에서] 오동도 동백/문소영 논설위원 l 2015-02-02
버스커버스커의 노래 ‘여수 밤바다’ 덕분인지 여수를 떠올리면 왠지 아련하게 그리워진다. 가 본 적이 없는 도시다. 따뜻한 바닷바람이 가득한 여수의 밤바다를 ‘너’와 함께 손잡고 걷는다면 늙은 가슴도 다시 뛰고 시름을 잊을 수 있을 것만 같았다. 수많은 회사원의 야근 덕분에 아름답다는 서울…
[길섶에서] 정치 세력/정기홍 논설위원 l 2015-01-31
함께 놀던 친구가 물이 가득한 큰 독에 빠졌다. 어른들은 “사다리를 가져 와라”, “밧줄이 낫다”며 경황 없이 저마다 큰소리를 쳐댔다. 중구난방 주장만큼이나 주위 사람들도 우왕좌왕했다. 그러는 새 물 먹은 아이의 숨은 연방 넘어가고 있었다. 이를 지켜보던 한 아이가 돌을 주워 독에 던졌다. 중…
[길섶에서] 시간의 상대성/구본영 논설고문 l 2015-01-30
며칠 전 고위 공직을 지낸 분과 점심을 먹을 때다. 대화 중 두 가지 사소한 일에 공감했다. ‘밥 한번 같이 먹자’는 빈말을 너무 자주 하며 산다며 같이 웃었다. 엊그제가 새해였던 듯한데 벌써 한 달을 허송했다는 아쉬움도 함께…. 나이가 들수록 세월이 빠름을 강하게 느끼는 건 무슨 까닭일까? …
[길섶에서] 이외수의 암 투병/문소영 논설위원 l 2015-01-29
‘존버’ 정신의 저작권이 소설가 이외수에게 있는지 불분명하지만, 그는 관련한 책을 몇 권 썼다. 그는 지난해인가 오늘을 사는 청소년들에게 해 주고 싶은 조언으로 “존버 정신을 잃지 않으면 됩니다”라고 했다. 존버 정신을 그는 “매우 열심히 버티는 정신입니다”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위암 수…
[길섶에서] 첫 휴대전화/정기홍 논설위원 l 2015-01-28
집사람은 휴대전화를 쓴 적이 없다. 이른바 첨단 기기를 멀리한다는 아미시족과 다르지 않다. 최근에 폰을 가져야 할 변화가 생겼다. 쇼핑몰 등에서의 포인트 적립 방식이 대부분 폰 인증으로 바뀌어 버티기가 힘들다고 한다. 그동안 폰을 안 쓴 건 전자파가 몸에 좋지 않다는 게 첫째 이유였고, 유선전…
[길섶에서] 접착제/문소영 논설위원 l 2015-01-27
고대 이집트 파라오 ‘투탕카멘’의 황금 마스크는 ‘투탕카멘의 저주’로 유명하다. 그 무덤을 발굴한 고고학자나 탐험가들이 무더기로 의문의 죽음을 당했다는 주장들 때문인데, 요즘은 마케팅의 일환으로 이해하기도 한다. 이 유명한 투탕카멘에 달린 턱수염이 떨어졌다. 이집트 카이로 국립박물관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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