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재정건전성 긍정적… 위기대응 능력 갖춰”
국제통화기금(IMF)의 존 립스키 수석부총재는 한국의 출구전략과 재정 건전성, 글로벌 금융위기 등 경제 현안에 대해 폭넓은 의견을 개진했다. 26일 연합뉴스와 인터뷰를 가진 립스키 부총재는 웨슬리언대를 졸업하고 스탠퍼드대에서 경제학 석·박사 학위를 받았으며 1970년대 이후 IMF에서 일하다 1984년 살로먼 브러더스에 입사한 뒤 체이스맨해튼 은행과 JP모건의 수석이코노미스트 등을 지낸 월가의 금융맨이다. 다음은 립스키 부총재와의 일문일답.→세계 경제에 대한 평가와 전망은.
-올해 세계 경제 성장률은 4% 가까이(3.9%)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선진국들의 성장률은 2% 정도에 그치고 유로 지역은 1% 정도로 예상되는 반면 신흥 경제권의 성장률은 6% 정도로 차이가 있다. 신흥 경제권은 강한 회복력을 보여줬다. 인플레이션은 매우 낮은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선진 경제권이 출구전략을 생각해 볼 때는 됐지만 이를 실행에 옮기는 것은 아직 너무 이르다.
→ IMF는 올해 한국 경제의 성장률을 4.5%로 예상했는데.
-우리는 올해 한국의 성장률을 여전히 4.5% 정도로 보고 있다. 작년에 비하면 매우 빠른 회복으로, 정책 당국이 재정·통화적 조치들로 위기에 대응할 능력을 갖고 있었던 결과다. 다행히도 한국은 재정 상황이 좋았고 부채나 재정적자도 낮았다. 이로 인해 지속 가능성에 대한 우려를 낳지 않은 채 위기에 신속하게 대응할 여력이 있었다. 한국 경제의 회복은 이런 책임있는 정책의 결과물이다.
그러나 리스크도 있다. 다운사이드 리스크는 선진국 경제 성장에 대한 우려를 반영하는 것이고 업사이드 리스크는 한국의 아시아지역 교역 상대방인 신흥 국가들이 예상보다 더 강한 성장을 할 가능성을 반영한 것이다. 한국의 교역의 절반 이상이 신흥국가들과 이뤄지는데 이는 긍정적이기도 부정적이기도 하다.
→ 한국의 재정 건전성에 대한 평가는.
-한국의 GDP 대비 국가 채무 비율은 국제 기준에서 보면 매우 양호하다. 한국의 예산 당국이 지속가능성에 대한 우려 없이 경기를 살리기 위한 재정확대 조치로 대응할 수 있었던 것도 상대적으로 낮은 부채 수준 덕이었다. 한국이 다른 선진국들과 마찬가지로 인구의 고령화라는 문제를 공유하고 있는데 고령화가 향후 재정에 심각한 어려움을 가져올 것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현재 한국의 재정 상태와 정책의 전망은 매우 긍정적이다.
→ 한국은 어떤 출구전략이 바람직한가.
-부양은 재정과 통화정책 모두에 의해 제공된다. 이중 재정의 경우 취해졌던 경기부양에서 이미 일정 부분 후퇴했다. 이것은 적절하다. 그러나 정부는 경기회복이 비틀거릴 경우에 대비해 신축성을 유지할 필요가 있고 경기부양에서 빠져나오는 속도도 재평가할 필요가 있다.
경제가 우리의 예상에 맞게 성장세를 지속함에 따라 통화정책을 점진적으로 정상화하는 것이 적절할 수 있다. 재정 정책과 달리 한국은행이 소폭의 금리 인상을 하더라도 통화정책은 여전히 부양적인 수준으로 남게 될 것이다. 경제가 우리의 예상대로 계속 나아간다면 한국은행이 (통화정책의) 점진적 정상화에 관한 생각을 비교적 가까운 시기에 시작하는 것이 적당할 것이다.
오일만기자 oilman@seoul.co.kr
2010-03-01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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