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성차업계 24년만에 첫 ‘무파업’ 달성

완성차업계 24년만에 첫 ‘무파업’ 달성

입력 2010-08-31 00:00
수정 2010-08-31 1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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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계 ‘타임오프 갈등’ 해소에도 ‘물꼬’

 기아자동차가 31일 2010년 임단협 협상에서 잠정 합의를 이뤄냄에 따라 국내 완성차 업계는 각사 노조 설립 이후 사실상 처음으로 ‘무파업’의 신기원을 이루게 됐다.

 또 타임오프제 시행을 둘러싼 대립을 규정대로 처리하기로 노사가 합의함에 따라 자동차 업계는 물론 산업계 전반에 걸친 타임오프 갈등 해소의 물꼬를 트게 됐다.

 ◇기아차 노사 전격 합의 배경은=기아차 노사가 협상 테이블에 앉은 지 20일 만에 전격 합의를 이뤄낸 것은 노사 갈등이 한창 ‘잘나가는’ 기아차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위기감에서 비롯됐다.

 기아차는 K5,K7과 스포티지R,쏘렌토R 등 신차 판매 호조로 사상 최대의 호황을 누리면서 내수 시장에서 ‘형님 격’인 현대차를 턱밑까지 추격했다.

 승용차 시장에서는 3개월 연속 현대차를 밀어내고 1위에 올랐다.

 하지만 노조는 타임오프제를 빌미로 조합원 찬판 투표를 실시해 파업의 길을 터놓았고,사측도 타임오프제 우선 논의 카드로 대응하며 평행선을 달렸다.

 노사 모두가 사상 첫 내수 1위를 맛볼 기회를 스스로 차버리고 있다는 비난에 직면한 것은 물론이다.

 노조는 최대 호황을 이어갈 ‘블루칩’이 한꺼번에 쏟아진 상황에서 특근 및 잔업거부를 강행해 대내외적인 비판을 샀다.사측 역시 노조를 달래지 못하는 무능함 때문에 기회를 놓치고 있다는 안팎의 지적에 시달렸다.

 이런 상황에서 사측이 무파업에 대해 파격적인 보상안을 제시하면서 투쟁 일변도로 가던 조합원들의 정서가 흔들리기 시작했고,일부 조합원들과 대의원들이 노조 지도부의 강경 투쟁 방식을 비판하고 나서면서 지도부의 입지는 약화됐다.

 결국 노조와 사측은 서로가 윈윈할 수 있는 무파업 합의를 선택하는 결정을 내렸다.

 ◇車업계 24년만에 무파업=국내 완성차 업계는 1987년 현대차와 쌍용차 노조가 설립된 이후 작년까지 매년 파업이 끊이지 않았다.

 한 업체가 무파업으로 타결하면 다른 업체에서 파업이 벌어지는 현상이 23년간 계속돼 왔다.

 현대차의 경우 1987년 노조 창립 이후 2008년까지 21년 동안 단 한 차례(1994년)를 제외하고는 매년 파업을 벌여왔다.

 20년에 걸친 파업 일수는 359일이었고,이로 인한 손실액은 11조5천416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회사 측은 추산하고 있다.

 현대차는 그러나 지난해 15년 만에 처음으로 무분규로 노사 협상을 마친 데 이어 올해에도 2년 연속 파업 없이 임금협상을 타결했다.

 GM대우는 2002년 10월 출범 후 2004년,2006년,2008년에 노조 파업을 경험했다.한 해 걸러 파업을 지속해온 셈이다.

 1987년 노조가 생긴 쌍용차도 2000년 이후에는 단 두 차례(2001년,2007년)만 파업이 없었을 뿐 매년 파업에 시달려 왔고 특히 지난해에는 장기간 점거 파업으로 회사가 존폐 위기에 처하기도 했다.

 기아차는 1960년부터 노조가 있었지만,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한 것은 1991년으로,이후 19년간 단 한 차례도 파업이 없는 해가 없었다.사측이 주장하는 19년간 누적 손실액은 6조4천407억원에 달한다.이번 무파업 타결은 20년 만이다.

 올해 자동차업계의 노사 관계에서 변화를 이끈 주역은 쌍용차다.

 쌍용차 노사는 지난 5월 임금 동결과 함께 노조 유급 전임자 수를 39명에서 7명으로 줄이는 내용에 전격 합의하며 무파업 타결 행진에 시동을 걸었다.

 매년 자동차 업계의 파업을 주도해온 현대차는 지난 7월 임금 7만9천원 인상,성과급 300%+200만원,글로벌 판매향상 격려금 200만원 지급 등의 합의안을 노조가 투표를 통해 가결하면서 교섭 사상 첫 2년 연속 무파업 타결을 이뤘다.

 GM대우 노조도 7월 말 기본급 7만4천359원 인상과 격려금 250만원·성과급 200만원 지급 등의 합의안에 찬성,역시 처음으로 2년 연속 분규 없이 협상을 마쳤다.

 정식 노조가 없는 르노삼성차에서는 사측과 사원대표위원회 간의 협상이 별 어려움 없이 마무리됐다.

 뒤늦게 협상 테이블에 앉은 기아차 노사가 20일 만에 전격 합의를 이뤄냄에 따라 완성차 업계는 길고 긴 파업의 행진을 24년 만에 끝냈다.

 ◇타임오프 합의 물꼬 텄다=이번에 기아차 노사가 임단협 협상에서 이뤄낸 잠정합의는 노조가 타임오프제를 준수하기로 합의했다는 데서도 큰 의미를 찾을 수 있다.

 노사는 타임오프 규정대로 기아차에 적용되는 한도인 연간 3만8천시간과 1인당 연 평균 노동시간인 1천888시간을 적용,유급전임자(근로시간 면제자) 수를 21명까지만 인정하기로 합의했다.

 이들 유급전임자 21명은 회사가 급여를 지급하되 전임수당은 폐지됐다.

 또 무급전임자 문제는 향후 노사합의를 통해 결정하기로 뜻을 모았다.

 이로써 지금까지 기아차 노사 협상 결과만을 지켜보던 다른 완성차 업체들은 물론 여타 업계까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특히 같은 그룹사이면서 민주노총 금속노조의 핵심 사업장인 현대차 노사는 향후 진행할 타임오프 협상에서 기아차의 협상 결과를 반영하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타임오프 문제로 또다시 분규 사업장의 이미지로 퇴보하는 것은 현대차 노사 모두에게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따라서 현대차 노사는 최대한 대화와 타협을 통해 합리적인 대책을 마련할 것으로 업계는 기대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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