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돌린 여론에 ‘통큰치킨’ 7일만에 백기

등돌린 여론에 ‘통큰치킨’ 7일만에 백기

입력 2010-12-14 00:00
수정 2010-12-14 0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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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마트는 12월 16일부터 ‘통큰치킨’의 판매를 중단키로 했습니다. 이는 우리 사회의 다양한 의견을 적극 수용, 반영하는 차원의 결정이었습니다.” 5000원짜리 ‘통큰치킨’ 판매로 파장을 일으킨 롯데마트가 13일 결국 판매 중단을 발표했다. 지난 9일 전국 82개점에서 판매를 시작한 지 5일 만에 나온 결정이다. 롯데마트는 ‘롯데마트의 ‘통큰치킨’을 사랑해 주신 고객 여러분께’라는 발표문을 내고 “당사의 애초 생각과 달리 주변 치킨가게의 존립에 영향을 준다는 일부 여론에 대해 많이 고민한 결과 불가피하게 판매 중단을 결정할 수밖에 없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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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롯데마트가 ‘통큰 치킨’ 판매를 중단한다고 밝힌 가운데 치킨을 사러 온 시민들이 줄을 서 있다. 연합뉴스
13일 롯데마트가 ‘통큰 치킨’ 판매를 중단한다고 밝힌 가운데 치킨을 사러 온 시민들이 줄을 서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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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서울 여의도 파이낸셜뉴스 빌딩에서 열린 동반성장위원회 출범식에서 정운찬(왼쪽 다섯번째) 위원장 등이 축하 떡을 자르고 있다. 왼쪽부터 최지성 삼성전자 부회장, 김동선 중소기업청장, 정호일 공정위 위원장, 김기문 중기중앙회장, 정 위원장, 손경식 대한상의 회장, 최경환 지경부 장관, 정병철 전경련 상근부회장, 이영남 이지디지털 사장.  이언탁기자 utl@seoul.co.kr
13일 서울 여의도 파이낸셜뉴스 빌딩에서 열린 동반성장위원회 출범식에서 정운찬(왼쪽 다섯번째) 위원장 등이 축하 떡을 자르고 있다. 왼쪽부터 최지성 삼성전자 부회장, 김동선 중소기업청장, 정호일 공정위 위원장, 김기문 중기중앙회장, 정 위원장, 손경식 대한상의 회장, 최경환 지경부 장관, 정병철 전경련 상근부회장, 이영남 이지디지털 사장.
이언탁기자 utl@seoul.co.kr
공교롭게도 이날은 오전 일찍 서울 여의도에서 정부의 동반성장위원회 1차 회의가 열린 날이었다. 통큰치킨이 논란의 불씨가 된 이래 고심이 많았다는 롯데마트의 노병용 대표는 이 자리에서 서둘러 치킨판매 중단을 발표했다. 롯데마트 관계자는 “(노 대표가)어제 밤샘 회의를 거친 끝에 판매 중단을 결심하게 됐다.”고 전했다.

결국 롯데마트는 재벌 그룹이 자본력을 앞세워 중소상인의 영역까지 침범해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상생이 화두로 떠오른 사회 분위기에 역행, “말로만 상생이냐.”는 부정적인 여론과 내부의 모순을 견디지 못해 판매 중단을 선언하게 된 것으로 보인다.

롯데마트의 ‘통큰치킨’은 나오자마자 폭발적인 인기를 얻었다. 마트 개장 전부터 하루 평균 200~300마리씩 한정 판매하는 통큰치킨을 사기 위한 행렬이 이어졌으며, 개점 30분만에 판매가 마감될 정도였다. 롯데마트에 따르면 지난 12일까지 사흘간 약 10만 마리가 판매됐다.

그러나 가두 시위, 원가 공개 요구, 공정위 제소를 들고 나온 프랜차이즈 치킨업계의 조직적 반발에 일부 소비자, 정치권이 가세하면서 사태가 악화되기 시작했다.

민노당의 노회찬 전 의원은 트위터에서 “통큰치킨은 헤비급 선수가 플라이급 경기에 뛰어드는 것과 같다.”고 지적했다. 이에 앞서 지난 9일 정진석 청와대 정무수석도 트위터에 치킨 원가를 조목조목 따지며 “롯데마트 튀김닭 5000원에 판매 중… 한 마리당 1200원 정도 손해 보고 판매하는 것”이라고 부정적 의견을 피력한 바 있다.

롯데마트의 ‘치킨소동’은 기업인들에게 ‘무엇이 기업의 본질인가?’라는 고민거리를 안겨 준 사안이 될 것으로 보인다. 상생이 화두로 떠오른 가운데 자본주의 사회에서 싸고 질 좋은 제품을 공급하는 것만이 기업의 역할이 아니라는 사실을 확인시켜 줬기 때문이다.

이와 더불어 자영업자의 생존권 보장과 싸고 좋은 제품을 선택할 소비자의 권리가 충돌할 경우 무엇이 우선인가에 대해서도 생각할 거리를 던져 줬다.

박상숙기자 alex@seoul.co.kr
2010-12-14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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