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기술직 “일용 잡무라도 일감을…”

건설기술직 “일용 잡무라도 일감을…”

입력 2012-01-11 00:00
수정 2012-01-11 0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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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강 공공수요 급감에 부동산 시장 침체로 감원

“지난해 4대강 보(洑) 건설 현장은 아파트 공사장에서 일감이 부족해 넘어온 40·50대 목수들로 붐볐습니다. 기술인력들이 단순 일용잡무를 떠안기도 했는데 요즘은 이마저도 (구하기) 어려워요.”(4대강사업 금강수계의 현장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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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울 건설인력 시장에 칼바람이 불고 있다. 단순 일용직 근로자나 찾던 새벽 인력시장에 30~50대 기능 인력들이 일자리를 찾아 대거 몰리고 있다.

10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최근 건설 인력시장에선 중소·중견 건설사에 몸담던 기능 인력들의 구직활동이 부쩍 늘었다. 최근 들어 건설사의 일감 부족에 따른 감원과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발 부도 도미노로 전문 인력들이 시장으로 내몰렸기 때문이다.

실제로 한국건설기술인협회 홈페이지의 구직게시판에는 이날 오전에만 일자리를 찾는 경력직 기능인력 9명이 새롭게 이력서를 올렸다. 토목 시공분야 특급기술을 지녔다는 50대 이모씨 등 전문기능직 인력이었다. 건설구직사이트인 건설워커에 따르면 최근 등록 구직자의 75%가량은 30~50대 기능직이다.

이 사이트에 등록한 30대 후반의 정모씨는 “중견 건설업체에서 7년 넘게 일했는데 지난해 30%가량의 인력 구조조정이 이뤄지면서 회사를 떠났다.”고 말했다.

이들은 서울 구로구 구로동, 중구 북창동, 경기 성남시 태평동 등 일용직 인력시장으로 흘러들고 있다. 태평동 시장의 한 40대 구직자는 “하루 9~10시간 일하는데 일이 없어 제주도까지 3박4일 일정으로 다녀오기도 했다.”고 전했다. 인근 인력사무소 관계자는 “기술을 요하는 목수와 미장, 조적(벽돌쌓기) 등은 13만~15만원 받지만 요즘은 (일감이 없어) 승합차에 몸을 싣고 현장에 가기도 쉽지 않다.”고 말했다.

불황의 골이 깊어진 것은 사상 최악이라는 건설·부동산 경기 탓이다. 23조원대 토목공사인 4대강 살리기 사업이 마무리단계에 접어들면서 공공공사 수요가 급감한 것도 영향을 끼쳤다. 중견 건설엔지니어링사의 한 임원은 “지난해 말부터 4대강사업 현장에서 수십명의 감리원이 복귀하고 있다.”면서 “절반 이상을 대기발령 또는 계약만료 통보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 2년여간 4대강사업에 동원된 감리원은 500여명, 관리·기술직은 2600여명, 기능·일용직은 3700여명으로 파악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대형업체 임원들의 퇴직 후 일자리 찾기도 어려워졌다. 지난해 말 불어닥친 건설업체들의 대규모 임원 인사에선 업체별로 최대 3분의1가량의 임원이 옷을 벗었다. 한 대형업체 임원은 “최근 퇴직한 동기가 ‘중견건설사나 엔지니어링사, 부동산개발시행사, 컨설팅업체 등을 알아보고 있지만 재취업이 너무 어렵다’고 하소연하더라.”고 전했다. 김현아 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세계 건설경기는 역U자형을 그리고 있는데 우리나라는 정점을 찍고 하강 중”이라고 전했다.

오상도기자 sdoh@seoul.co.kr

2012-01-11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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