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銀 인수 때문
외환은행 인수를 앞둔 하나금융그룹의 김종열 사장이 11일 갑자기 사장직에서 물러나겠다는 뜻을 밝혔다.김종열 사장은 이날 연합뉴스 기자와 만나 “외환은행을 인수하려면 두 조직 간 통합과 융합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대의를 위해 개인의 기득권을 포기하겠다”며 사의 배경을 설명했다.
그는 “합병 반대 투쟁을 펼치는 외환은행 노동조합에 그동안 내가 강성 이미지로 비춰 앞으로 통합 작업에 걸림돌이 되는 것 아닌가 고민을 많이 했다. 연초부터 고심하다 최근 마음을 굳혔다”고 말했다.
하나금융과 외환은행의 순조로운 통합을 위해 기꺼이 몸을 던지기로 했다는 것이다.
김 사장은 외환은행 인수 작업을 사실상 진두지휘하면서 점령군처럼 비친 탓에 외환은행 노조에서 기피 인물로 거론된 것으로 알려졌다.
하나금융은 작년 말부터 외환은행 인수를 추진해왔다. 금융당국은 조만간 하나금융의 외환은행 자회사 편입을 승인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런 상황에서 돌연 사의를 발표한 것은 금융당국에 조속한 승인을 우회적으로 압박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혹도 있다.
그러나 그는 “다른 의도는 전혀 없으니 좋은 뜻으로 봐달라. 전적으로 하나금융과 외환은행이 둘 다 잘되기를 바라는 차원에서 결정했다”고 강조했다.
그는 임기가 끝나는 3월 이후 거취 문제에 대해 “아직 생각해보지 않았다. 총선 출마나 이직 등 계획이 있는 것은 전혀 아니다”라고 잘라 말했다.
부산고와 서울대 중어중문학과를 졸업한 김 사장은 1978년 하나금융의 전신인 한국투자금융에 입사해 35년간 하나은행에 몸담으면서 서초지점장과 경영전략본부장과 은행장 등을 두루 거쳤다.
1952년생인 그는 그룹에서 김승유 회장 다음으로 나이가 많고 금융권 전체에서도 원로급이다.
김 사장이 사의를 표시함에 따라 하나금융은 2월 초 이사회와 3월 주주총회를 통해 새 사장을 선임한다.
그가 퇴임하면 하나금융의 ‘포스트 김승유’ 구도에 변화가 예상된다. 임기가 얼마 남지 않은 김승유 회장의 후임으로는 김 사장, 윤용로 그룹 부회장, 김정태 하나은행장 등이 거론돼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