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줄날줄] 아너 소사이어티/함혜리 논설위원

[씨줄날줄] 아너 소사이어티/함혜리 논설위원

입력 2010-01-30 00:00
업데이트 2010-01-30 0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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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의 정치 철학자 알렉시스 드 토크빌(1805∼1859)은 교도소 실태 조사를 위해 1831년 미국을 방문하고는 큰 충격을 받았다. 시민혁명을 통해 전제정치를 타파하고 자유와 평등을 어렵사리 쟁취한 프랑스와 달리 사회적으로 평등하고 자발적인 참여로 민주정치가 이뤄지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토크빌은 1835년 발간된 명저 ‘미국의 민주주의’에서 미국인들의 공익을 위한 헌신과 선행을 위한 자발적 의지를 높이 평가했다.

미국공동모금회(United Way America)는 선행(善行)을 위한 자유의지의 힘이 미국 사회를 발전시키는 원동력이라는 토크빌의 믿음을 일깨우기 위해 1984년 ‘토크빌 소사이어티’라는 고액기부자클럽을 만들었다.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하는 사람들의 모임인 셈이다. 20명의 회원으로 시작된 토크빌 소사이어티는 367개 지역사회에서 빌 게이츠를 비롯한 2만명의 거부들이 가입해 전세계적으로 가장 규모가 큰 거액기부자 모임으로 성장했다. 평균 1000달러 이상의 기부를 한 사람에게 가입자격이 주어지는데 5년간 100만달러를 기부하는 백만달러 원탁회의, 10만달러 이상을 기부하는 전국협회, 여성기부 네트워크, 젊은 리더모임 등 여러 형태의 멤버십을 운영한다. 멤버들은 다양한 사회봉사활동과 교육프로그램에 참여하며 사회에서 존경받는 지도자로 자연스럽게 성장한다.

토크빌 소사이어티를 벤치마킹해서 만든 것이 사회복지공동모금회의 ‘아너 소사이어티(honor society)’다. 2007년 12월 출범한 아너 소사이어티는 개인의 경우 1억원 이상, 법인은 연간 30억원 이상을 베풀어야 멤버가 될 수 있다. 개인 공동회원은 총 23명(비공개 3명 포함)이고, 14개 법인이 회원으로 가입돼 있다. 토크빌소사이어티에 비하면 아직은 걸음마 수준이지만 기부문화가 이제 막 우리사회에 자리잡기 시작한 것을 감안하면 희망이 없는 것도 아니다.

우리 사회에 고액기부가 뿌리내리려면 반(反) 부자정서부터 사라져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어려서부터 나눔문화에 익숙지 않은 데다 사회 양극화가 심해지면서 가진 자들을 백안시하는 풍조가 심한 게 사실이다. 소액기부도 중요하지만 고액기부의 파급력에 비교할 바 아니다. 단순히 부를 소유한 것에 머물지 않고 부의 가치를 아는 사람들이 많아진다는 것은 사회의 발전을 위해 좋은 일이다. 거액 기부자가 많아지고 워런 버핏이나 빌 게이츠 같은 기부자도 출현하기를 기대해 본다.

함혜리 논설위원 lotus@seoul.co.kr
2010-01-30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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