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밴쿠버의 교훈과 세종시 출구전략/한희원 동국대 국가정보법 교수

[시론] 밴쿠버의 교훈과 세종시 출구전략/한희원 동국대 국가정보법 교수

입력 2010-02-19 00:00
수정 2010-02-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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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국민이 열광하는 밴쿠버 동계올림픽 1500m 쇼트 트랙 결승에서 금·은·동메달이 눈앞에 보이는 순간 우리 선수들끼리의 판단 잘못으로 올림픽 메달 2개가 달아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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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희원 동국대 법대교수
한희원 동국대 법대교수
최선을 다하는 스포츠맨십의 결과로 보아야 한다는 주장부터, 매일 정치인들이 싸우는 것만을 본 당연한 귀결이라면서 차제에 정치인들이 반면교사의 교훈을 얻었으면 좋겠다는 얘기가 많았다.

지난 여름방학에 전 세계에서 온 학생들이 참석한 하버드대학교 입학설명회의 스크린이 한국제품이고, 아이비리그와 MIT 등 유수한 대학의 입학담당자들의 손에 한국산 휴대전화가 들려 있는 것을 목격한 필자로서는 국가지도자들의 다툼 가운데 국가의 미래발전, 그리고 대외적 이미지는 어떻게 될지 참으로 걱정이 앞선다.

결론적으로 세종시 문제는 치열한 이성적 논의와 정치지도자의 진정한 결단으로 해결되어야 할 문제이다.

세종시 논쟁의 논리는 크게 4가지로 볼 수 있다. 첫 번째는 그동안 잘 부각되지 않았지만 통일대비론이다. 두 번째는 국가안보론을 포함한 행정효율론이다. 세 번째는 지역균형발전론이다. 마지막으로 약속이행론이다. 통일대비론과 행정효율론이 우리의 현실에서 긴요하다면 행정부처 이전을 백지화한 세종시 수정론이 맞을 것이다. 수도권의 과밀화와 집중화를 염려하는 지역균형발전론과 약속이행론의 관점이라면 원안 고수의 입장이 될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논리에 바탕을 둔 논쟁은 당연히 글로벌 국제사회의 변화무쌍함을 통찰하는 정치지도자의 혜안을 필요로 한다. 여기에 현실정치가의 모습을 주창한 마키아벨리의 ‘군주론’을 되돌아 보아야 할 이유가 있다. 일국의 정치지도자는 재선만을 고민하는 정치인이나 정치를 업으로 하는 정치꾼과는 달라야 한다.

중국의 초석을 이룬 마오쩌둥, 작지만 커다란 오뚝이 덩샤오핑, 티베트의 당서기로 몰리며 변방으로 휘둘렸다가 다시 권좌에 오른 공대 출신의 후진타오, 제2차 세계대전 후에 대외적으로는 스탈린과 처칠을 간단히 휘어잡고 국내로는 경제 대공황을 극복하며 미국 역사상 최초이자 마지막으로 4선 대통령이 되었던 프랭클린 루스벨트는 모두 현실정치의 대가들로, 그들 정치지도자에게는 국제정치에서도 ‘약속은 국가이익을 위한 방책’일 뿐이었다.

우리의 정치지도자들은 2010년 다보스포럼에서 경제사학자인 니얼 퍼거슨 하버드대 교수가 한 주장을 곱씹어 보아야 한다. 퍼거슨 교수는 지난해 영국 더 타임스가 세계의 경영사상가 50인 중 한 사람으로 선정한 인물로 ‘차이메리카’라는 신조어를 만들었다. 그는 “북한이 아주 갑작스럽게, 그리고 아주 빨리 10년 내에 사라질 것”으로 예상했다. 이미 베를린장벽이 무너지기 한 달 전인 1989년 여름 베를린장벽이 무너지고 있다는 칼럼을 썼고, 실제로 한 달 뒤에 베를린장벽은 무너졌던 예지를 가졌던 인물이기도 하다.

“중국이 더 이상 북한이 자신들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하는 때가 바로 북한이 갑작스럽게 붕괴하는 시점이 될 것”이며 “10년 후에도 한국이 여전히 분단된 상태로 남아 있다면 놀라운 일이 될 것”이라는 퍼거슨의 지적은 정치지도자들에게는 세종시 논쟁의 중심이 되어야 할 기준이다. 통일한국의 수도는 매우 중요한 문제이기 때문이다.

북한에 대한 미래예측과 급변하는 국제질서를 염두에 두고도 세종시에 대한 결론이 내려지지 않는다면, 이명박 대통령과 박근혜 전 대표는 공동성명으로 현 단계에서의 논의 중단을 선언해야 한다. 새로운 변수로서 북한체제의 전개과정을 면밀히 살핀 후에 판단하기로 하는 국가의 미래과제로 보류하는 해법이 요구된다. 그것이 진정으로 국민을 편하게 하고 모두 승자가 되는 세종시 출구전략이 될 것이다.
2010-02-19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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