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희정 서강대 동아연구소 교수
‘심우도’ 순복 장면, 12세기, 중국 남송, 사천성 대족 보정산.
심우도라는 주제가 유명해진 것은 불교식 시(詩)인 게송 때문이다. 중국 송나라의 보명(普明)과 곽암(廓庵)이 쓴 두 종류의 심우도 게송이 우리나라에 전해졌다. 비슷한 내용의 시가 여러 종류인 것을 보면 지난한 구도의 길을 동자가 소를 찾아다니는 내용으로 빗댄 이야기가 원래 불교계에 있었던 모양이다.
심우도 독조 장면, 12세기, 중국 남송, 사천성 대족 보정산.
사진은 동자가 소를 찾아 길들여서 자신을 따라오게 하는 다섯 번째 순복(馴伏, 혹은 牧牛)의 단계를 묘사한 부분이다. 뻣뻣해 보이는 소의 안쪽으로 휜 큰 소뿔은 중국 남방과 동남아에 사는 물소를 나타낸다.
대족 보정산은 남송의 승려 조지봉(趙智鳳)이 1179년부터 70여년간 조성한 석각(石刻)이다. 방대한 주제를 다채롭게 표현한 회화적 조각으로 눈길을 끈다. 불교조각이지만 내용상으로 충효와 선악을 강조하는 유교적인 성격의 조각도 섞여 있다. 부모의 은혜를 강조하는 ‘부모은중경 변상도’나 ‘지옥변상’은 지역공동체의 결속을 강화하기 위해 유교적 이념을 불교적으로 나타낸 것이다. 그러면서도 진정한 자신을 찾는 수행의 길을 촉구하는 선종의 심우도를 새긴 것은 보정산의 조각이 얼마나 다채롭고 풍부한 세계를 바탕에 깔고 있는지 보여 준다.
자기의 본성이자 어쩌면 도에 해당하는 소를 찾는 일은 쉽지 않다. 소는 산속에 숨었을 수도 있고, 숲이나 늪 깊숙이 들어가 버렸을 수도 있다. 소가 숨은 곳이 어디든 새해에는 자신의 소를 찾아 묵묵히 정진하는 해가 됐으면 한다. 누가 알겠는가, 소가 어떤 형태로 자신을 찾아올지. 복 짓는 새해, 덕으로 일구는 소의 해를 기다린다.
2020-12-01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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