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줄날줄] ‘헌법 바로 알기’ 열풍

[씨줄날줄] ‘헌법 바로 알기’ 열풍

김미경 기자
김미경 기자
입력 2025-02-17 01:13
수정 2025-02-17 0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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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 지인들이 말했다. “헌법에 공무원의 책임이 정당 관련 내용보다 먼저 명시돼 있는 거 아세요?”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로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이 열리자 그들은 고시 공부 이후 제쳐 놨던 헌법을 부랴부랴 다시 찾아봤다. 헌법 제1장 총강 제7조 ‘공무원은 국민 전체에 대한 봉사자이며, 국민에 대하여 책임을 진다’가 제8조 ‘정당의 설립은 자유이며, 복수정당제는 보장된다’ 등보다 먼저 나온다. 그들은 계엄 전후 국무회의 등을 보며 공무원으로서 자괴감을 느꼈다고 했다. 헌법대로라면 공무원은 대통령 한 사람이 아니라 국민을 위해 봉사하고 책임져야 하는 자리임에 틀림없다.

‘헌법 다시 살피기’는 공무원들만의 얘기가 아니다. MZ층에서도 ‘헌법 바로 알기’ 움직임이 유별나다. 헌법에 대한 관심이 계엄과 탄핵심판으로 느닷없이 소환됐다니 씁쓸하지만 ‘아는 것이 힘’. 헌법과 민주주의의 가치를 다시 들여다보는 열풍이 불고 있다면 고무적인 측면도 크다. 서점가의 바람도 뜨겁다. 지난달 헌법 관련 도서 판매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3배나 늘었다. 교보문고 등 오프라인 서점들은 헌법 관련 서적을 따로 모은 코너를 만들었고 독자들의 발길도 끊이지 않는다. 특히 MZ들은 헌법을 베껴 쓰는 필사집까지 사서 배우고 있다. 지난달 헌법 조문 전체를 따라 써 보는 필사집은 전달보다 1000%나 수요가 늘어 품귀 현상까지 빚었다. 소셜미디어(SNS)에는 종이에 손글씨로 헌법을 빼곡히 필사한 인증 사진들이 속속 올라온다.

대학에서도 헌법 관련 강의가 인기다. 서울대의 올 1학기 수강 신청 결과 ‘헌법’, ‘시민교육과 헌법’ 등의 수강 신청률이 92.8%나 됐다. 이들 과목의 지난해 1학기 수강 신청률은 67.8%에 불과했다.

이 낯선 풍경들의 의미는 뭘까.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시민들 스스로 깨어 있겠다는 깊은 열망의 표현인지 모른다.
2025-02-17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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