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진 공포 엄습 속 구조작업 활기
지난 27일 칠레 중부 지역을 강타한 규모 8.8의 강진으로 인한 사망자가 700명을 넘어섰다.100여 차례 여진이 발생하면서 공포가 엄습하고 있는데다 콘셉시온 등 일부 재난 지역에서는 식수.음식.연료가 절실한 주민들이 약탈에 나서는 등 치안 상황도 불안해지고 있다.
AP=연합뉴스
칠레 정부는 재난 지역에 야간 통행금지령을 내리고 군 병력 1만명을 파견하는 등 신속 대응에 나서고 있다.
무너진 건물 아래 매몰된 생존자를 구조하기 위한 작업도 활기를 띠고 있다.
◇ 칠레 정부 “사망자 711명”..언론 “1천500명선”=칠레 정부는 이번 지진으로 인한 사망자가 현재까지 711명으로 집계됐다고 28일 밝혔다.
칠레 정부는 피해 상황이 아직 정확히 집계되지 않아 사상자 수가 앞으로 더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앞서 바첼레트 대통령은 이번 지진으로 피해를 입은 사람들이 칠레 전체 인구의 8분의 1인 200만명에 달한다고 밝힌 바 있다.
현지 언론은 사망자 수가 1천500명 선에 달할 것이라는 예상도 내놓고 있다.
해안도시 콘스티투시온과 펠루우에서만 약 350명이 목숨을 잃은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산티아고에서 남서쪽으로 약 350km 떨어진 어항 콘스티투시온과 펠루우에선 강진과 뒤이은 쓰나미로 대형 어선들이 물에 휩쓸려 육지로 올라오고 자동차들이 부서진 가옥의 지붕 위에 얹혀 있는 등 참혹한 모습이 목격됐다.
진원지에 가까운 인구 20만 이상의 도시 콘셉시온에서는 이번 지진으로 100명 이상이 숨진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칠레 전체로 보면 이번 강진으로 수십만명의 이재민이 발생했으며 주요 간선도로와 교량 등 사회 인프라가 파괴됐다.
세계 1위 구리 생산국이자 라틴 아메리카 부국 칠레가 국내총생산(GDP)의 15%에 달하는 경제적 피해를 입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 약탈 기승..군 1만명 투입=칠레 중부 해안에서 규모 6.1의 여진이 발생하는 등 27일 지진 이후 규모 4.9∼6.9의 강한 여진이 100여 차례나 계속돼 주민들이 불안에 떨고 있다.
주민들은 건물이 붕괴할까 두려워 건물 밖으로 나와 천막이나 임시 수용소 등에서 생활하고 있다.
강진이 강타한 콘셉시온과 마울레 등 지역에선 식수와 음식물,연료가 절실한 주민들이 점차 폭력적으로 변해가고 있다.
일부 지역에선 교도소 수감자들이 지진을 틈타 탈출하고 수백명의 주민들이 상점에서 생필품뿐 아니라 TV 등 전자제품까지 훔치며 약탈 행위에도 나서고 있다.
이 같은 약탈 행위는 수도 산티아고에서도 발생하고 있다.
경찰은 이들을 해산시키기 위해 최루가스와 물대포를 발사하는 등 강력히 대응하고 있다.
재클린 반 리셀베르게 콘셉시온 시장은 생필품 부족으로 통제 불가능한 상황이 됐다며 심각한 “사회적 긴장”을 우려했다.
칠레 정부는 콘셉시온과 마울레 지역에 대해 국가 재해사태를 선포하고 야간 통행금지령을 내렸다.
이를 위해 1만명에 달하는 군 병력을 배치하기 시작했다.
◇ 생존자 구조작업 활기=생존자 구조작업은 점차 활기를 띠고 있다.
칠레 정부는 지진으로 황폐화된 제2도시 콘셉시온으로 매시간 구조대원과 경찰 등을 급파하고 있으며,피해 현장에서는 현재 특수부대가 탐지견을 이용해 생존자 구조작업을 벌이고 있다.
칠레 정부는 피해 지역에 임시병원을 마련하고 피해가 심각한 지역에 구조대를 추가 파견할 예정이다.
구조작업이 본격화되면서 이날 콘셉시온에서는 건물 잔해에 갇혀 있던 26명이 소방대에 구조됐으며 무너진 15층짜리 빌딩에도 48명의 생존자 있는 것으로 추정돼 구조팀이 열 탐지기와 탐지견을 이용해 수색 작업을 벌이고 있다.
허물어진 14층짜리 빌딩에서는 6구의 시신이 발견됐지만 60∼80명이 살아있는 것으로 파악됐다.전날에는 건물 잔해 아래서 8구의 시신이 발견돼 안타까움을 주기도 했다.
칠레 정부는 국제사회의 지원을 일부 수용하겠다며 야전 병원과 임시 교각,정수 시설,피해평가 전문가,구조대원 등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 산티아고 공항 일부 가동..주요 광산 조업 재개=칠레 당국은 28일 오후를 기해 미국 마이애미와 페루 리마를 출발한 항공기의 착륙을 허용하는 등 산티아고 국제공항을 부분적으로 가동하기 시작했다.
칠레 정부는 산티아고 공항의 업무가 2일부터 완전 정상화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지진으로 가장 큰 피해가 발생한 남부 콘셉시온과 산티아고를 연결하는 고속도로의 차량 운행도 1일 중 부분적으로 재개될 예정이다.
지진 발생 이후 무기한 폐쇄 조치된 항만에 대해서도 칠레 당국은 “폐쇄 조치가 오래가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칠레 정부는 시내 대형 슈퍼마켓에 무장경찰을 배치한다는 조건으로 1일부터 영업을 정상화하기로 했다.
지진으로 폐쇄됐던 칠레 주요 구리 광산들도 제한적이나마 조업을 재개했다.
세계 최대 구리 생산업체 코델코의 엘 테니엔테 광산도 부분적으로 생산을 시작했다.다만 전력 공급이 불안해 정상 가동까지는 좀 더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엘 테니엔테는 연간 40만t을 생산하는 세계 2대 구리 광산이다.
콘셉시온 AP.AFP=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