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전문가들 신년사 분석…“대화 이어가지만 자기 식대로 하겠다는 것”“개성공단 재개 의향·한미군사연습 중지 요구로 한미관계 이완 시도” 평가도
미국의 한반도 전문가들은 1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신년사에 대해 북미간 대화와 협상 기조를 이어가겠다면서도 미국의 상응 조치에 대한 기존의 요구를 재확인한 것으로 분석했다.미국 해군연구소(CNA) 소속 켄 가우스 박사는 이날 김 위원장의 신년사에 대한 연합뉴스의 서면질의에 “연설은 정확히 예상했던 대로였다”며 김 위원장은 그의 인내심이 무한정 계속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것을 강조하면서도 관여(engagement) 행보를 이어갔다고 평가했다.
가우스 박사는 “이번 연설은 미국 쪽으로 공을 넘기기 위한 차원으로, 북한의 양보는 끝났다는 것”이라며 “이제 우리가 어떻게 앞으로 나아갈지를 보기 위해선 백악관의 반응을 기다려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향후 북미협상 전개와 관련, “비핵화는 주고받기(give and take)의 상호 과정 속에 포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보수성향 싱크탱크 헤리티지 재단의 브루스 클링너 선임연구원은 “요약하면 김 위원장이 (화해의 상징인) 올리브 가지를 내밀었으나 아주 날카로운 가시도 함께 내민 것”이라고 평했다.
그는 “신년사는 김 위원장이 한반도의 평화를 추구하고 미국이 외교적 모멘텀을 유지하기 위해 더 양보해야 한다는 것을 단언하는 데 충분히 분명한 언급들이었으나 김 위원장은 외교적 교착의 책임을 다른 이들에게 돌리고 (협상에) 무거운 조건을 부과하며 ‘새길’을 찾을 수도 있다고 위협했다”고 설명했다.
클링너 선임연구원은 이어 김 위원장이 이번 신년사에 새로운 비핵화 조치에 대해 언급하지 않았다면서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메시지는 자신이 공언한 대로 비핵화 성공을 이뤄내고 싶으면 2차 정상회담에 나오되 합의할 준비가 돼 있어야 한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로버트 매닝 애틀랜틱 카운슬 선임연구원은 “김정은의 신년사는 그의 기존 입장에 대한 실망스러운 반복이었다”며 트럼프 대통령을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 및 행정부 나머지 인사들과 갈라놓으려 했다고 비판했다.
이와 함께 핵 리스트 신고를 포함한 비핵화 조치가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개성공단 재개 의향과 제재 완화 추진, 남북관계 진전을 통한 한미 간 균열을 시도했다고 비판했다.
매닝 선임연구원은 또한 “현재의 외교적 교착 상태를 타개하기 위한 양보나 새로운 제안에 대한 징후를 찾아보기 어려웠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굴복’하지 않는 한 험로를 예고하는 대목”이라고 말했다.
미국 싱크탱크 ‘국가이익센터’의 해리 카지아니스 국방연구국장은 영국 일간 가디언에 “김 위원장의 신년사는 한미와 비핵화를 위한 협력을 해나가며 대화를 하겠다는 분명한 의지를 보인 것이지만 자기 식(on its own terms)대로 하겠다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서는 “북한은 2019년에 일정 정도의 제재 완화를 받겠다는 각오를 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하지만 트럼프의 팀이 제재 완화는 없다는 입장에서 물러설까”라고 되묻기도 했다.
아태지역 외교 전문지 디플로매트의 앤킷 팬더 편집장은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와의 인터뷰에서 “김 위원장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북한의 비핵화 조치에 대한 미국의 상응조치의 필요성을 이해시키려 한 것”이라며 “2차 북미정상회담을 할 수는 있지만 미국이 제재 완화를 거부할 경우 한계점에 이른다는 뜻”이라고 풀이했다.
군사분석가인 애덤 마운트 미국과학자연맹(FAS) 선임연구원은 “김 위원장의 신년사는 평화 프로세스 진전을 위한 진정한 기회를 시사하지만 (한미)합동군사연습의 미래나 (대북)제재 상황을 포함한 (한미) 동맹 간 어려운 이슈들이 불거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김 위원장은 트럼프 대통령과 직접 만나고 싶음을 보여줬으나 북미 정상이 만나 결론에 도달할 뼈대가 갖춰지지 않고서는 2차회담이 성공적일 가능성이 낮다”면서 “현재로서는 북미간 교착 상태가 지속될 것 같다”고 내다봤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