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가 함께 즐긴 20200202, 코로나로 하수상한데도

세계가 함께 즐긴 20200202, 코로나로 하수상한데도

임병선 기자
입력 2020-02-03 06:19
수정 2020-02-03 0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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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읽어도, 뒤로 읽어도 같은 지난 2일(이하 현지시간)은 미국인들이 즐기는 그라운드호그의 날이기도 했다. 전날 펜실베이니아주 펑수토니 광장에 방문객들이 모여들고 있다. 펑수토니 EPA 연합뉴스
앞으로 읽어도, 뒤로 읽어도 같은 지난 2일(이하 현지시간)은 미국인들이 즐기는 그라운드호그의 날이기도 했다. 전날 펜실베이니아주 펑수토니 광장에 방문객들이 모여들고 있다.
펑수토니 EPA 연합뉴스
어제(2일) 오후 이런 문자를 받았을 것이다. ‘오늘은 천년에 한 번 돌아온다는 2020년 02월 02일입니다. 앞으로 읽어도 20200202, 뒤로 읽어도 20200202!!!’

우리만 그런 것이 아니었다. 아주아주 어리지 않다면 일생에 한 번뿐일 날을 세계인들이 어울려 축하했다고 영국 BBC가 전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로 중국을 비롯해 20여개국에서 수많은 이들이 감염병에 시달려도 소소한 즐거움을 찾는 노력은 이어진 셈이다.

영어권에서 앞으로 읽어도 뒤로 읽어도 같은 일을 회문(回文, palindrome)이라고 한다. 20022002도 있었다. 하지만 이날은 미국에서만 월-일-년 순으로 읽고 다른 나라들에서는 일-월-년(우리는 년-월-일) 순으로 읽기 때문에 세계가 모두 함께 축하할 수 있는 날은 아니었다. 또 어제(2일)는 중국과 손에 꼽힐 만한 나라들에서 년을 맨 앞에 쓰는데 그래도 마찬가지로 회문이 됐다.

가장 마지막으로 인류가 함께 회문을 즐긴 날은 1111년 11월 11일이었다. 당시 북아메리카에서는 누구도 아라비아 숫자를 쓰지 않았기 때문에 이 대륙은 해당되지 않았다.

방송은 909년 전에 일어난 일들을 돌아봤다. 예루살렘을 통치하던 볼드윈 1세가 이끄는 십자군이 지금의 시리아 북부를 장악한 투르크족과 싸우고 있었고, 정복왕 윌리엄의 넷째 아들 헨리 1세가 잉글랜드 국왕이었으며, 포르투갈 왕국을 건설한 아폰소 1세가 태어났다.

다음번 세계인이 함께 즐길 수 있는 회문 날은 12/12/2121이다. 방송은 ‘누가 아느냐? 우리 중 몇몇은 살아서 그날을 맞을지’라고 농을 했다. 하지만 년-월-일로 쓰는 우리에게는 맞지 않는다. 01/01/1010도 있었고, 정말로 우리와 아무런 상관도 없는 일이겠지만 03/03/3030, 04/04/4040, 05/05/5050도 있다.

누리꾼 ‘@harrybakerpoet’은 “오늘은 올해 들어 33번째 날이고 앞으로 333일 남았다는 사실을 방금 알고 수학을 즐기는 아이가 된 것 같아 즐겁다”고 트위터에 적었다. 한 발 나아가 이날이 북미인들의 달력에 중요한 날인 그라운드호그 날임을 지적하는 이가 적지 않았다. 그라운드호그는 마못과 비슷한 생김새로 우드척 다람쥐라고도 한다. 펜실베이니아주에 정착한 독일인들이 겨울잠에서 깨어나 동굴 밖으로 나온 그라운드호그가 계속 밖에서 머무르는지, 아니면 제 그림자에 놀라 다시 동굴로 기어들어가 6주를 더 겨울잠을 자는지 관찰했다는 전통에서 시작됐다. 저유명한 펑수토니 필(Punxsutawney Phil)이 초봄이 왔음을 공식 선포하는 날로 1886년부터 아예 2월 첫째주 일요일로 고정해 지켜오고 있다.

한편 중국에서는 현지어로 “사랑해사랑해‘와 발음이 같은 이날을 오래 전부터 길일로 꼽아 결혼식 날짜로 선호해 왔는데 중앙정부가 지방정부들에 혼인신고를 반려하라고 권고(사실상 지시)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베이징시는 5200쌍의 혼인 신고를 반려했다는 것이다. 코로나바이러스 확산이 우려된다는 이유에서였다.

임병선 기자 bsnim@seoul.co.kr
1993년 영화 ‘사랑의 블랙홀(원제는 Groundhog Day)’에 출연한 영화배우 빌 머레이가 얌전히 좌석에 앉아 있는 그라운드호그와 함께 포즈를 취하고 있다. 지프 자동차가 북미프로풋볼(NFL) 결승전을 뜻하는 슈퍼볼 광고에 영화 장면을 재연한다며 미리 공개했다. 2020 슈퍼볼은 3일 오전 8시 30분(한국시간) 플로리다주 하드록 스타디움에서 샌프란시스코 포티나이너스와 캔자스시티 치프스가 맞붙는다. 지프 제공 AP 연합뉴스
1993년 영화 ‘사랑의 블랙홀(원제는 Groundhog Day)’에 출연한 영화배우 빌 머레이가 얌전히 좌석에 앉아 있는 그라운드호그와 함께 포즈를 취하고 있다. 지프 자동차가 북미프로풋볼(NFL) 결승전을 뜻하는 슈퍼볼 광고에 영화 장면을 재연한다며 미리 공개했다. 2020 슈퍼볼은 3일 오전 8시 30분(한국시간) 플로리다주 하드록 스타디움에서 샌프란시스코 포티나이너스와 캔자스시티 치프스가 맞붙는다.
지프 제공 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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