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명 사망·57명 부상… 범인 사살로 종료
부대서 3명 살해하고 무기 탈취 뒤 범행불교 명절 맞은 주말 쇼핑몰 인파로 북적
한인 8명 4층서 대피… 인질 8명도 구조
범인, SNS에 총격 시작 전까지 상황 올려

페이스북 캡처

8일부터 9일까지 17시간에 걸친 대규모 총기 난사 사건을 일으킨 태국 현역 부사관 짜끄라판 톰마가 범행 중 페이스북에 올린 사진에서 군용 헬멧을 쓴 그의 모습 뒤로 강한 불길이 타오르고 있다.
페이스북 캡처
페이스북 캡처
태국 현지 매체가 공개한 8일(현지시간) 나콘랏차시마(방콕 북동쪽 도시)의 ‘터미널 21 코라트 몰’ 폐쇄회로(CC)TV 영상에는 검은 전투복을 입고 얼룩무늬 헬멧을 쓴 남성이 소총을 들고 걸어 들어가는 모습이 포착됐다. 인근 제2탄약대대 선임부사관(원사)이었던 짜끄라판 톰마(32)는 부대에서 지휘관과 동료 군인 등 3명을 총으로 쏴 숨지게 한 뒤 무기고에서 가져온 총과 실탄으로 민간인들을 무참히 사살했다.
그는 이런 광란을 연출하면서 페이스북에 실시간으로 상황을 올렸다. 군용 헬멧을 쓴 채 태연히 포즈를 취한 그의 모습 뒤로 쇼핑몰 건물 주변에 불길이 타오르는 사진도 있었다. 그는 한 게시물에 “아무도 죽음을 피할 수 없다”고 썼고, 다른 게시물엔 “포기해야 하나?”라고 썼다. 나중에 그는 “나는 이미 멈췄다”고 부연했다.
짜끄라판의 페이스북 페이지는 그가 쇼핑몰에서 총격을 시작한 뒤 중지됐다. 하지만 사건 발생 뒤 그의 이름을 딴 그룹 페이지가 생성됐고 현장 주변 사용자들이 상황을 실시간으로 올리기 시작했다. 한 영상에선 소리를 지르며 쇼핑몰을 뛰쳐 나오는 사람들이 보였다. 어떤 영상에선 피를 뒤집어쓴 남성이 쇼핑몰 밖 땅바닥에 드러누워 있었다. 시뻘건 피가 회색 아스팔트 위로 흘러 내려갔다.



나콘랏차시마 EPA 연합뉴스

9일 범행 현장인 북동부 나콘랏차시마의 한 대형병원에서 가족의 시신을 수습하러 온 여성이 울면서 통화를 하고 있는 모습.
나콘랏차시마 EPA 연합뉴스
나콘랏차시마 EPA 연합뉴스
짜끄라판이 태국 초유의 대규모 총기 학살을 일으킨 이유는 정확하게 밝혀지지 않았다. 쁘라윳 총리는 “태국에서 전례가 없는 이번 사건 동기는 주택 매매와 관련한 개인적인 문제”라고 말했다. 페이스북 페이지는 작전 중 숨진 군경이나 쇼핑몰에서 안타깝게 숨진 이들의 생전 사진들이 올라오며 추모 페이지로 바뀌고 있다. 태국 주재 한국대사관에 따르면 당시 쇼핑몰 4층에 현지 선교사 자녀와 지인 등 한국인 8명이 있었지만 무사히 탈출했다.
김민석 기자 shiho@seoul.co.kr
2020-02-10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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