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쓱한 느낌에 밖으로 나와보니 거리의 모습은 평소와 다를 바가 없었다.
호텔 직원은 “공습이 자주 있다 보니 이제는 매번 대피하지 않는다”며 “경보가 울려도 실제로 미사일이 날아오지 않는 경우도 많다”고 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지 317일째를 맞은 이날, 전쟁에 익숙해진 키이우의 일상을 느낄 수 있는 단면이었다.
키이우 거리마다 경계 근무 중인 군인이나 거리를 오가는 군인들이 있었다.
곳곳에 대형 철제 바리케이드가 설치돼 있었고, 도시 외곽보다는 적었지만 역시 공습 피해를 받은 건물들을 확인할 수 있었다.
시내 주요 관광서나 대피소로 쓰이는 지하철역 출입구에는 하나 같이 모래주머니가 쌓여 있었다.
새해 전야 대규모 공습으로 한쪽 모퉁이가 완전히 무너진 시내 호텔에서는 복구 작업이 진행 중이었다.
호텔뿐만 아니라 반경 수십m 내 다른 건물들도 창문이 거의 다 깨지고 창틀과 외벽이 손상된 것을 볼 수 있었다.
한때 약 400만 명에 달하던 키이우 인구는 최근에는 300만 명 정도로 줄어든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불안과 공포 속에도 시민들의 삶은 계속되고 있었다.
전쟁 이후 새해 연휴가 없어지고 평일 근무 체제가 적용 중이어서 그런지 차량 통행도 적지 않게 유지되고 있었다.
상가 문은 대부분 열려 있었고, 백화점도 손님은 많지 않았지만 정상 영업을 하고 있었다.
공원에는 유아차를 동반한 부모나 반려견과 산책하는 시민들도 많았다.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