헉~ 헉 한국영화 보릿고개

헉~ 헉 한국영화 보릿고개

입력 2010-03-02 00:00
수정 2010-03-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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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영화가 보릿고개를 넘고 있다. 새싹이 움트는 봄이 왔건만 국내 신작영화 개봉은 크게 줄고, ‘아카데미 특수’를 등에 업은 외화는 수적 우세를 보이며 극장가를 점령하고 있다. 3~4월이 전통적인 비수기인 탓도 있지만 경기 침체 등으로 선행 투자가 크게 위축된 여파로 풀이된다. 1일 영화계에 따르면 1~2월만 하더라도 17편의 한국 영화가 개봉했다. 이 가운데 송강호·강동원 주연의 ‘의형제’와 김윤진 주연의 ‘하모니’는 한국 영화 흥행을 쌍끌이했다. 의형제는 관객 400만명을 돌파했고, 하모니는 300만명에 육박했다. 하지만 3~4월은 사정이 다르다. 스크린에 새로 걸리는 방화는 찾아보기 어려운 반면 상대적으로 외화는 월등히 많은 작품이 대기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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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작 ‘구르믈’ 뿐 나머지는 중소규모

현재까지 3~4월 개봉이 확정된 한국 영화는 11편 정도다. 3월 개봉작은 박진성 감독의 판타지 공포 ‘마녀의 관’, 나문희·김수미 주연의 코미디 ‘육혈포강도단’, 감우성·장신영 주연의 스릴러 ‘무법자’, 장동홍 감독의 블랙코미디 ‘이웃집 남자’, 유지태·윤진서 주연의 멜로 ‘비밀애’, 홍형숙 감독의 다큐멘터리 ‘경계도시2’, TV물을 스크린으로 옮긴 다큐멘터리 ‘아마존의 눈물’ 등 7편이다.

4월에는 김남길 주연의 멜로 ‘폭풍전야’, 유오성 주연의 코미디 ‘반가운 살인자’, 엄정화 주연의 미스터리 ‘베스트셀러’, 황정민·차승원 주연의 무협사극 ‘구르믈 버서난 달처럼’ 등 4편이 개봉될 예정이다.

같은 기간(3~4월) 2008년 17편, 2009년 18편 개봉했던 것에 견줘보면 40% 가까이 줄었다. ‘마녀의 관’, ‘무법자’ 등 일찌감치 촬영은 끝났으나 상영이 늦춰진 지각 개봉작과 다큐멘터리를 제외하면 사실상 신작 영화는 10편도 되지 않는다. 게다가 대작(大作)은 순수 제작비 50억원이 들어간 ‘구르믈’뿐이다. 나머지는 대부분 중소 규모다.

●‘아카데미 특수’ 외국영화는 상대적 풍요

외화는 시끌벅적하다. 마틴 스코세이지 감독·리어나도 디캐프리오 주연의 스릴러 ‘셔터 아일랜드’, 팀 버튼 감독·조니 뎁 주연의 판타지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주연의 공상과학(SF) 액션 ‘아이언맨 2’, 샘 워싱턴 주연의 판타지 액션 ‘타이탄’, 미국 아카데미영화제 작품상 후보에 오른 클린트 이스트우드 감독·멧 데이먼 주연의 휴먼 드라마 ‘인빅터스’, 조지 클루니 주연의 코미디 ‘인 디 에어’ 등 30~40편이 대기하고 있다.

3~4월은 봄방학마저 끝나는 개학 시즌이어서 전통적인 한국 영화 비수기다. 여기에 아카데미영화제 후보에 오르거나 상을 받은 외화들이 대거 몰리는 시기여서 한국 영화에 더욱 불리하다. 그렇다 하더라도 한국 영화 신작 개봉이 이례적으로 줄었다는 게 국내 주요 투자·배급사인 CJ엔터테인먼트, 쇼박스, 롯데엔터테인먼트 등의 공통된 지적이다. 한 해 동안 개봉할 한국 영화 라인업이 전년도 연말쯤이면 윤곽이 잡히는 게 보통이지만 올해는 그렇지 않았다는 얘기다.

●화제작 작년 대거 개봉된 탓도

가장 큰 이유로 최근 2년 동안 국내 영화 투자가 대폭 줄었다는 점이 꼽힌다. 2007년 4612억원이었던 영화 투자 규모는 2008년 3401억원, 지난해 3187억원으로 내려앉았다.

경기 불황 여파로 2007년 하반기부터 주요 투자자들이 투자 지분을 50%에서 30%로 하향 조정하는 등 극도로 보수적인 투자양태를 보였다. 위험 분산을 의식한 포석이기도 했지만 심리 자체가 크게 위축됐다는 게 영화계의 설명이다.

4~5년 전 영화 투자에 앞다퉈 뛰어들었던 통신사들이 재미를 보지 못하고 투자금을 회수해 나간 것도 투자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었다. 스타 감독들이 지난해 작품을 집중 선보인 까닭에 상대적으로 올해 ‘개봉작 기근’이 심화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7월쯤 해빙” vs “내년에도 우울”

이창현 CJ엔터테인먼트 과장은 “2~3년 전부터 투자가 대폭 감소해 한국 영화 제작 편수가 크게 줄었다. 제작과 편집에 통상 1~2년 걸리다 보니 올해부터 그 파장이 나타나는 것”이라면서 “내년에도 좋지 않을 것 같다는 게 충무로 분위기”라고 전했다. 임성규 롯데엔터테인먼트 과장은 “5~6월에 기대작 ‘하녀’, ‘포화 속으로’ 등이 개봉할 예정이지만 ‘로빈훗’, ‘A특공대’, ‘슈렉4’ 등 할리우드 대작들이 워낙 강세인 데다 6월부터 월드컵이 시작돼 썩 낙관적이지 않다.”며 “여름방학이 시작되는 7월쯤에야 한국 영화가 대거 쏟아져 해빙이 이뤄질 것 같다.”고 내다봤다.

홍지민기자 icarus@seoul.co.kr
2010-03-02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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