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 자살자 유가족 품는다

교회, 자살자 유가족 품는다

입력 2012-02-01 00:00
수정 2012-02-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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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신교계가 자살자 유가족을 위로하는 예배를 연다. 기독교윤리실천운동과 목회사회학연구소, 크리스천라이프센터가 오는 16일 오후 7시 서울 서대문구 북아현동 아현감리교회에서 공동으로 마련하는 예배. 하루 30명 이상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상황에서 개신교계가 자살과 관련해 실질적인 공동 대응에 나선 자리라는 점에서 눈길을 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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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독교윤리실천운동을 비롯한 개신교 단체들이 자살자 유족을 교회 안에서 보듬기 위한 운동에 나선다. 그 첫 단계로 오는 16일 ‘자살자 유가족 위로예배’를 연다고 발표하는 개신교 관계자들의 기자회견 모습.  기독교연합신문 제공
기독교윤리실천운동을 비롯한 개신교 단체들이 자살자 유족을 교회 안에서 보듬기 위한 운동에 나선다. 그 첫 단계로 오는 16일 ‘자살자 유가족 위로예배’를 연다고 발표하는 개신교 관계자들의 기자회견 모습.
기독교연합신문 제공
개신교는 자살을 중한 죄악으로 여기면서 그 예방과 처리를 위해 꾸준히 대응방안을 모색해 왔다. 그러면서도 적극적인 대응에 나서지 못한 주원인은 ‘자살하면 구원받지 못한다는 교리’ 탓이라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실제로 이런저런 신학적 논쟁이 이어지고, 교단이며 각 교회 차원에서 뜻을 모아 왔지만 정작 유가족은 가족을 잃은 상실감에 대한 위로조차 받지 못한 채 교회에서 소외되고 있는 실정이다.

‘우는 자들과 함께 울라’를 주제로 한 이 예배는 바로 그런 ‘말만인 구원과 위로’에서 벗어나 지속적인 관심과 대응을 천명한 첫 자리로 관심을 끈다. 세 단체는 지난 27일 예배에 앞서 연 기자회견을 통해 “이 예배는 즉흥적이고 일회성 모임이 아니다.”라고 한결같이 밝혔다. 예배를 준비한 관계자들은 “많은 목사들이 자살 문제와 유가족 위로에 선뜻 나서지 못하는 현실을 안타까워한다.”면서 특히 “자살자를 위한 장례 예배를 집례해도 괜찮은지 물어오는 목사가 있을 정도”라며 그것은 자살자 장례 예배를 집례하려고 했다가 교회 내에서 분란을 부를까 우려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그 같은 상황을 벗어나기 위해 이들은 교인들에게 위로예배를 할 수 있는 예전을 만들었다. 예전을 만든 박종환 실천신학대학원대학교 교수는 “한국교회가 유가족과 죽은 자를 감싸 안지 못하는 게 슬프다.”면서 “특히 한국교회가 교리만 앞세워 유가족을 교회 밖으로 밀어내는 현실이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따라서 이들이 가장 주안점을 두는 부분은 자살과 관련한 한국교회의 관점 변화이다. 이들은 ‘예배가 교리보다 앞서는 깊이 있는 경험’으로 볼 것을 주문한다. 이와 관련해 예배를 준비한 단체들은 ‘자살예방센터’를 설립하기로 했다. 크리스천라이프센터와 목회사회학연구소가 협력해 운영할 이 센터는 자살 예방 상담과 유가족 치유 프로그램 개발 및 실행은 물론 유가족 모임도 만들 예정이다.

한편 16일 위로예배는 초대교회의 예전에 따라 진행되며 비그리스도인 유가족들의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 예배 시작 전 30분 동안 문화행사도 마련된다.

김성호 선임기자 kimus@seoul.co.kr

2012-02-01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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