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는 단단한 성 쌓는 것… 무너져도 다시 쌓을 것 [서울신문 2025 신춘문예 - 희곡 당선 소감]

글쓰기는 단단한 성 쌓는 것… 무너져도 다시 쌓을 것 [서울신문 2025 신춘문예 - 희곡 당선 소감]

입력 2025-01-01 00:04
수정 2025-01-01 00:04
  • 기사 읽어주기
    다시듣기
  • 글씨 크기 조절
  • 댓글
    0

고찬하

이미지 확대
고찬하 2025 서울신문 신춘문예 희곡 당선자
고찬하 2025 서울신문 신춘문예 희곡 당선자


글쓰기는 홀로 단단한 성을 쌓는 일 같아서 좋습니다. 좋은 문장을 지어낸 것 같아도, 다시 보면 어딘가 어설퍼서 허물고 다시 짓습니다. 그 일을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반복합니다. 썼다 지웠다 썼다 지웠다를 몇 차례 하다 보면 견고해 보이는 무언가가 완성되어 있습니다. 성은 외부로부터 삶을 지키기 위해, 삶을 버티기 위해 존재합니다. 저는 그동안 글쓰기를 삶의 성채로 삼았던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애써 지어 놓은 모든 것이 속절없이 무너져도 처음부터 다시 쌓을 수 있는 삶의 지혜를 글쓰기를 통해 배웠습니다.

희곡 ‘돼지꿈’은 온갖 악재로 삶이 무너져 가는 시기에 썼던 작품입니다. 매일이 전쟁 같은 와중에 쓰고 지우기를 반복했습니다. 당선 소식을 듣고 얼떨떨했습니다. 필요한 서류를 구비하여 방문해 달라는 복지기관의 전화를 받은 줄 알았습니다. 불안한 땅 위에 서 있는 것만 같은 이 작품이, 이제는 삶을 버틸 수 있는 하나의 견고한 성이 되었습니다. 제게 크나큰 버팀목을 주신 서울신문과 심사위원분들에게 감사합니다. 더 겸손한 마음으로 희곡을 쓰겠습니다.

척박한 삶 속에서 글쓰기의 재미를 알려 주신 서민준 선생님, 서사의 원형들을 가르쳐 주신 조광화 선생님, 희곡의 면밀한 구조를 연습시켜 주신 성기웅 선생님, 주제에 대한 깊은 고민을 하게 만들어 주신 박해성 선생님께 감사드립니다. 덕분에 혹독한 생활 전선의 앞에서도 용기 내어 글을 쓰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가족들에게 잘 버텨 주어서, 잘 견뎌 주어서 고맙다는 말을 하고 싶습니다. 가난이 우리에게 모든 걸 앗아가려 해도, 삶의 주인을 바꾸지는 못할 것입니다.

▲1994년 광주 출생 ▲서울예술대 극작과 졸업
2025-01-01 39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close button
많이 본 뉴스
1 / 3
상속세 개편안 여러분의 생각은 어떤가요?
상속되는 재산에 세금을 매기는 유산세 방식이 75년 만에 수술대에 오른다. 피상속인(사망자)이 물려주는 총재산이 아닌 개별 상속인(배우자·자녀)이 각각 물려받는 재산에 세금을 부과하는 방안(유산취득세)이 추진된다. 지금은 서울의 10억원대 아파트를 물려받을 때도 상속세를 내야 하지만, 앞으로는 20억원까진 상속세가 면제될 될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상속세 개편에 대한 여러분의 생각은?
동의한다.
동의 못한다.
광고삭제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