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브리그’에서 백승수 단장과 대립각을 세우며 극을 이끌어간 임동규 역의 조한선(오른쪽)은 데뷔 18년 만에 만난 ‘인생캐릭터’에 “얼떨떨하다”고 했다.
SBS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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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금토드라마 ‘스토브리그’에서 드림즈의 4번 타자 임동규 역을 맡았던 조한선(39)은 드라마가 종영한 이후에도 여전히 야구선수였다. 최근 서울 용산구 미스틱스토리 사무실에서 기자들과 만난 그는 “배우들이 촬영 전에 각 포지션에 따라 선수처럼 몸도 풀고 연습도 한다”며 “요즘은 ‘야구 선수가 연기해도 되겠다’는 소리를 듣는다”고 웃었다.
선수 역할의 배우들은 시청자의 몰입을 불러일으킨 일등 공신이었다. 높은 ‘싱크로율’ 덕에 팬들은 실존 프로팀처럼 전력 분석을 하고 자신만의 라인업을 꾸리기도 했다. 남궁민은 백승수 단장으로 스포츠 신문 1면에 실렸고 배우들은 선수로서 인터뷰에 등장하기도 했다.
조한선은 초반부터 백 단장과 대립각을 세우며 극을 이끈다. 2002년 MBC 시트콤 ‘논스톱3’으로 데뷔한 19년차 배우인 그는 “인생 캐릭터라면서 역대급으로 주목받는데 얼떨떨하다”고 했다.
‘스토브리그’의 한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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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한선은 대학 때 부상으로 프로의 꿈을 접었다. 그래서 임동규를 비롯한 선수들의 마음을 더 이해할 수 있었다. “그 꿈, 그 절실함을 아니까 왜 임동규의 열정을 몰라줄까 싶더라고요.” 백 단장을 향해 “내가 얼마나 야구에 미친 놈인지 보여 주겠다”, “중학생 때 천원짜리 한 장씩 쥐여 주던 아저씨, 나만 보면 손 흔들어 주는 쥐포 팔던 아줌마… 나한텐 이런 게 더 중요하다”고 했던 대사가 유독 울컥했던 이유다.
프로 스포츠계의 부조리를 드러낸 대본도 남다르게 다가왔다. 운동을 했던 사람으로서 노골적으로 치부를 드러내는 게 쉽지 않았지만, 좋은 계기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잘못을 감추려 한다고 언제까지 계속 유지될 순 없잖아요. 이런 드라마로 인해 조금이나마 스포츠계가 개선되면 좋겠습니다.”
김지예 기자 jiye@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