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6년 詩作의 기록, 그 다양한 스펙트럼

46년 詩作의 기록, 그 다양한 스펙트럼

입력 2010-02-20 00:00
수정 2010-02-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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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3편 수록 최하림 시전집 출간

1960년대 ‘산문시대’ 동인으로 활동한 문학평론가 김치수는 함께 활동한 시인 최하림(71)을 두고 이렇게 평가했다.

“그는 우리 시단을 주도해왔던 두 경향의 어느 쪽에도 치우치지 않으면서, 순수와 참여의 분리를 극복하려는 의지를 시의 완성이라는 목표에 연결시키려 했다.”라고.

그 평가처럼 최하림은, 어느 곳에도 치우치지 않으려 했기에 드넓은 영역에서 활동할 수 있었다. 출판업, 신문사 논설위원, 미술평론가 등 외도는 차치한다해도, 낭만적 유희의 끝에서 치열한 현실 참여의 첨단까지 이어지는 그의 문학 스펙트럼은 쉽게 흉내내기 힘든 경지다.

이제 시작(詩作) 반세기를 맞는 그의 시편들이 ‘최하림 시전집’(문학과지성사 펴냄)으로 묶여 나왔다.

여기에는 1964년 조선일보 신춘문예로 문단에 발을 내딛었던 때부터 최근까지 46년의 이력을 고스란히 담은 시 363편이 수록돼 있다.

전집 첫 장을 장식하는 작품은 등단작인 ‘빈약한 올페의 회상’.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음유시인 오르페우스의 목소리를 빌린 이 작품은 유려하고 낭만적인 감성이 깔려 있어, 당시에 프랑스 상징주의 시인 폴 발레리의 영향이 짙다고 평가받기도 했었다.

시작은 폴 발레리지만 최하림의 시는 이후 상징주의에 대한 역반응처럼 서서히 시대의 현실로 눈을 돌리게 된다. 4·19세대였던 시인은 1980년 5월 광주를 지나면서, 권력이 자행한 비인간적 폭력과 인간성 상실을 치열하게 까발린다.

최하림은 또 거기 안주하지 않고, 사람들은 어떻게 사느냐, 자연은 무엇이고 죽음은 무엇이냐의 존재론적 문제로 시의 눈을 돌리기도 한다.

그러나 끊임없는 시선의 변화와 대상의 확장 속에서도 변치 않은 건, 그 변화와 확장을 담아 두는 틀은 언제나 시였다는 점이다.

최하림은 병마에 쓰러지기 직전까지 영속적인 낭만과, 역사의 흐름, 존재의 문제를 모두 시의 행간 속에 붙잡아 두기 위한 뼈아픈 노력을 계속했다.

이번 전집도 지난해 간암 진단을 받고 투병 중인 시인이 병상에 눕기 직전에 직접 작품을 다듬고 추려서 모은 것이다.

1976년 나온 첫 시집 ‘우리들을 위하여’부터 ‘작은 마을에서’, ‘겨울 깊은 물소리’, ‘속이 보이는 심연으로’, ‘굴참나무숲에서 아이들이 온다’, ‘풍경 뒤의 풍경’에 이어 2005년 낸 마지막 시집 ‘때로는 네가 보이지 않는다’까지 7권 시집을 담았다.

등단 전에 쓴 습작 10편과 2005년 이후 쓴 근작 21편도 함께 묶었다.

강병철기자 bckang@seoul.co.kr
2010-02-20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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