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구니 스님이 제모하면서 눈물짓는 사연?

비구니 스님이 제모하면서 눈물짓는 사연?

입력 2010-02-11 00:00
수정 2010-02-11 1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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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님, 왜 그러세요?”

제모를 하던 중에 스님이 갑자기 눈물을 지어 놀란 마음으로 이내 물었습니다.

“그러게 말입니다. 주책이지요. 출가하고 처음 삭발할 때도 눈물이 나지 않더니….”

스님은 애써 담담하게 말하지만 만감이 교차되는 듯합니다.

“스님, 그만 둘까요?”

“아닙니다. 괜찮습니다. 공연히 잡생각 탓에….”

최근 비구니 스님이 영구 제모를 하겠다며 내원했습니다. 사연인즉슨 이렇습니다.

스님은 매일 머리를 깎는 것이 무척 성가시게 느껴졌습니다. 그리고 인터넷상에서 영구제모에 대한 이런저런 정보를 얻고 흰 머리는 제모가 어렵다는 사실도 알게 됐지요. 왜냐하면 레이저 제모는 레이저가 털이 있는 피부에 조사되면 모낭의 검은 멜라닌 색소에만 선택적으로 흡수된 후 열에너지로 전환되면서 모근 및 모낭을 파괴시키는 원리이기 때문입니다. 더 쉽게 설명하자면 레이저는 검은색에만 선택적으로 작용하는 까닭입니다. 스님은 40줄을 훌쩍 넘으면서 요즘 머리털이 점점 더 희끗희끗해지자 서둘러 서울까지 병원을 찾아왔다고 합니다.

레이저 제모 시술을 받으면서 눈시울을 적신 이유는 나름의 사연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스님은 말 못할 가족사로 인해 수 년 전 출가했다고 합니다. 속세에는 이혼한 남편과 어린 자식도 있다고 합니다. 나이 드신 어머니는 여승이 된 딸을 볼 때마다 재혼을 요구하고 있고요.

“레이저 제모를 하면 더 이상 환속할 수 없을 것 같다는 생각에 이내 마음이 착잡해지더군요. 늘 딸 걱정으로 마음을 놓지 못하는 늙은 어머니와 어린 자식까지 떠오르면서 감정이 북받쳐 왔네요.”

“…….”

스님은 레이저 영구 제모 시술을 마친 후 언제 그랬냐는 듯 마음을 추스르고 평정심을 되찾았습니다. 이어 남의 이야기를 하듯 지나온 자신의 과거 일을 담담히 밝혔습니다. 하지만 그 기구한 사연을 전해들은 제가 사실 의사로서 오히려 말문을 열지 못했습니다. 딸로서, 그리고 한 아이의 어머니로서, 이혼녀로서 감당해야할 그 고통과 아픔, 슬픔이 고스란히 전해져오는 느낌이었다고나 할까요. 그럼에도 금세 여유를 찾으며 자신의 삶을 객관화시키는 비구니 스님의 의연함에는 절로 고개가 숙여졌습니다.

일반적으로 레이저 영구제모는 미용을 목적으로 많이 이뤄지고 있긴 하나 반드시 그런 것만도 아닙니다. 비구니 스님처럼 특별한 사연을 갖고 오는 이들도 자주 목격하게 됩니다. 그런 분들의 구구절절한 제모 사연은 또 하나의 인생 공부로 다가오기도 합니다.

이지원(로즈미즈네트워크 레이저제모센터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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