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말·말 |이런 말을 들으면 기분 좋아요

말·말·말 |이런 말을 들으면 기분 좋아요

입력 2010-12-26 00:00
수정 2010-12-26 1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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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양근
조양근
조양근

나는 선생님께 이 말을 들으면 좋겠다. “너희들이 요즘 학교에서도 많이 남고 논문도 열심히 쓰고 있으니까 이틀 방학을 주겠다.” 이유는 요즘 너무 피곤하다. 중학교 캠프 갔다오랴, 논문 쓰랴 등등의 일로 피곤하다. 그러니까 이틀 정도 집에서 즐거운 휴식시간을 갖고 싶다.

“오늘 하루 종일 실컷 놀아라.” 부모님께는 이 말을 듣고 싶다. 나는 노는 게 좋고 매일 조금씩 놀 수 있기 때문이다. 중학교 입학 원서 쓰느라 거의 놀지도 않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한번쯤은 실컷 놀고 싶다.

주_ 수원 칠보산자유학교에서는 졸업하기 전 자신이 원하는 주제를 정해 글쓰기를 합니다. 6년 동안의 학교생활을 갈무리할 수 있는 깊고 자세한 글쓰기입니다. 아이들은 이것을 ‘논문’이라고 부릅니다. 평소에는 오후 4시면 학교수업이 끝나지만 2학기에는 논문을 쓰느라 매주 목요일마다 5시에 끝납니다. 그래서 양근이는 학교가 너무 늦게 끝난다고 힘겨워합니다.

중등 과정의 대안학교를 가는 아이들은 각 학교에서 요구하는 양식에 따라 자기소개서를 씁니다. 나를 잘 들여다보고 솔직한 글로 표현해야 하므로 아이들에게 만만치 않은 과정입니다. 신나게 뛰어노는 것을 좋아하는 양근이는 원서를 쓸 때 대단한 집중력으로 의자에 엉덩이를 붙이고 앉아 있었지요. 이제는 결과를 기다리는 일만 남았네요.

허미루

선생님께 들으면 기분 좋은 말 : “오늘 빨리 끝낸다.” 우리 6학년은 요즘 은행까기나 쓰레기 분리수거, 음식물 묻기, 우리 청소구역 아닌데 청소하기 같은 이상한 일을 많이 하기 때문에 빨리 가고 싶다. “오늘 운동장 생긴다.” 나는 학교에서 축구를 많이 하는데 운동장이 좁고 바닥은 시멘트이기 때문에 싫다. “오늘 맛있는 것 먹는다.” 나는 학교에 있을 땐 거의 맨날 배고프기 때문에 이 말을 듣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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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미루
허미루
주_ 학교 앞 은행나무에 은행이 주렁주렁 열렸습니다. 6학년 아이들은 은행을 주워 잘 말린 다음 껍데기를 까서 밥을 지을 때 넣습니다. 은행알은 한번에 많이 먹으면 안되는데도 밥 먹을 때 서른 알 이상씩 잔뜩 먹고요, 까는 일은 무척 지겨워하지요. 우리 학교에서는 음식물 쓰레기를 텃밭에 묻어 썩힙니다. 그러면 지렁이들이 잘 먹어치워서 땅이 기름지게 되지요. 음식물 쓰레기는 6학년 담당인데 아이들이 피하고 싶어 하는 일입니다. 6학년들은 손이 여물기 때문에 동생들 청소를 도울 때가 많습니다. 우리 반이 맡은 청소구역 말고도 다른 곳까지 하게 되지요. 미루는 6학년이 되어 하게 되는 이 많은 일들이 좀 지겨운가 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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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한민
최한민
최한민

“나랑 놀자.” “내가 맛있는 거 사줄까?” “야! 오늘 모여서 축구하자!”

친구들이 이런 말을 하면 좋다. 내가 심심할 때 친구들과 놀면 기분 좋다. 또 내가 배고파 죽을 것 같아서 뭐 사준다 하면 좋아죽겠다. 그리고 또 난 축구를 좋아하고 여럿이 노는 걸 좋아해서 모여서 축구하는 게 재밌다. 이 세 가지 말을 다 들으면 좋겠다. 축구하고 맛있는 거 먹으면 좋다.

부모님이 “외식하자!” “빵, 아이스크림 먹을 거 사왔다.” “오늘 어디 가자.” 이런 말을 하면 좋다. 고기 먹고 싶을 때, 정말 먹고 싶을 때 외식하자고 하면 좋다. 배고파 죽겠는데 간식 사오면 정말 좋다. 주말에 심심할 때 놀러가면 좋다.

주_ 6학년이 되어 키가 부쩍 자란 한민이는 먹을 것을 참 좋아합니다. 맛있는 음식을 주면 입이 귀에 걸립니다. 아마 더 크려고 그런가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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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홍식
김홍식
김홍식

선생님께 들으면 행복한 말. “오늘 빨리 끝내자.” “오늘 놀자.” “우리 오늘 운동장 생긴다.” 왜냐하면 우리들은 아무 때나 끝나거나 이상한 일을 한다. 그래서 빨리 끝난다고 말할 때 기분이 좋다. 그리고 요즘 이상하게 많이 놀지를 못한다. 그래서 오늘 놀자고 하는 것이 좋다. 행복하다. 그리고 우리 학교에는 운동장이 없다. 시멘트가 깔린 곳에서 간신히 노는데 그곳도 옆집 식당 거라서 항상 혼난다. 그리고 넘어지면 많이 다치고, 정화조에서 새는 똥물 때문에 공을 차기가 무섭다. 똥물에 빠지면 냄새도 난다.

주_ 학교에 운동장이 없어 불편함을 호소하는 홍식이. 학교 앞에는 시멘트로 된 마당이 있는데, 옆 식당에서 족구장으로 쓰는 곳이라서 손님이 오면 놀다가도 자리를 내줘야 하지요. 몸을 사리지 않고 공을 향해 몸을 날리는 홍식이는 언제나 운동장을 꿈꿉니다. 운동장이 생기면 얼마나 좋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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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예은
손예은
손예은

부모님이 “사랑해”라고 하면 왠지 힘이 나고 따뜻해지는 기분이다. “힘내” 이 말을 들으면 왠지 안 되던 일도 잘 될 것 같고 행복해지는 느낌이다.

진짜 곤란할 때 친구들이 “도와줄게”라고 말하면 진짜 좋다. 힘든 게 반으로 나눠지는 기분이다. 그리고 듣고 싶지 않은 말이 있다. 욕이나 놀리는 말이다. 기분도 나빠지고 친구들이 뜻을 알고 쓰는 건지 궁금해진다.

주_ 6학년 아이들 중 유일한 여학생. 모두 남학생으로 이뤄진 6학년 친구들은 예은이를 자주 놀립니다. 예은이를 놀리면 재미있다고 해요. 하지만 예은이가 힘든 일을 할 때 짓궂은 남학생들이 도와주겠다고 말하기도 합니다. 그때 예은이는 정말 기쁜가 봅니다.

홍경희 선생님

아이들이 서로 “고마워”라는 말을 하는 걸 들으면 행복하다. 우리 반 아이들이 고마움을 표현하지 않거나 못하는 아이들은 아니지만 남학생들이 많아서인지 감정표현을 거의 안할 때가 많다. 서로의 도움에, 동생들의 칭찬에, 다른 학년 선생님들의 배려에 “고마워” 또는 “고맙습니다”라는 말을 하면 내가 다 고마운 기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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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경희 선생님
홍경희 선생님
또 들을 때마다 무척 기분 좋은 말이 있다. “선생님 우리 오늘 계속 놀아요”라는 말이다. 아이들이 고학년이 되다 보니 중학교 진학에 대한 부담이 있다. 대안학교라는, 소수가 걷는 길을 택해서인지 앞으로 어떻게 살아갈지 고민도 한다. 그래서 놀다가도 “우리 이렇게 놀기만 해도 돼요?”라고 한다. 그럼 놀다가 흥이 깨진다. 아이들이 원하는 만큼, 맘껏 실컷 놀지도 않았는데 놀다보면 걱정이 되는 모양이다. 그래서 아이들이 계속 놀자고 하면 놀기 좋아하는 나도 신이 난다.

글_ 수원 칠보산자유학교 6학년 아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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