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 3D영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UP&DOWN

화제의 3D영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UP&DOWN

입력 2010-03-05 00:00
수정 2010-03-05 0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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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쾌하고 재치 만점 영상 팀 버턴 매력 그대로 녹아



그간 수없이 영화화됐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가 팀 버턴 감독의 지휘 아래 재탄생했다. 4일 개봉한 이 영화에서 앨리스(위 미아 와시코스카)는 원작과는 달리 19살의 처녀로 성장했고, 배경이 됐던 ‘원더랜드’는 ‘언더랜드’로 이름을 바꿨다. 영화는 이전에 언더랜드를 방문했던 기억을 잃은 앨리스가 붉은 여왕의 독재에서 시름하는 이 곳을 구한다는 내용이다. ‘아바타’ 이후 3D 열기를 이어갈 것으로 점쳐진 이 영화의 강점과 한계를 ‘업(Up) & 다운(Down)’으로 살펴본다.


●UP

유쾌하고 재치 만점 영상… 팀 버턴 매력 그대로 녹아

역시 팀 버턴 감독이다. 그의 매력 그대로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는 결코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팀 버턴의 영화는 주로 선악의 경계에 서 있다. 선과 악을 규정하고, 선에 의해 악이 무너지는 포맷을 어지간히 사랑하는 메이저 할리우드 영화와는 선을 긋는다. 심지어 원작부터 선악의 뚜렷한 경계를 전제한 ‘배트맨’(1989)조차 이를 모호하게 만들어 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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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은 붉은 여왕(아래 헬레나 본햄 카터)이라는 ‘악’과 하얀 여왕이란 ‘선’의 대립 구도가 근간이다. 따라서 전자는 공포스러운 존재로, 후자는 후덕한 캐릭터로 생각되기 쉽다. 하지만 하얀 여왕은 뭔가 공주병에 걸린, 결벽증 환자 같은 깍쟁이다. 하얀 여왕의 허우대를 다른 영화에 삽입시킨다면? 아마 왕따 역할을 맡았을 게다.

반면, 붉은 여왕은 정이 간다. 음식을 훔쳐 먹은 개구리를 향해 ‘목을 베라!’고 외치는 장면, ‘머리가 크면 모든 게 용서된다.’고 말하는 부분은 위트가 넘친다.

개그콘서트 같은 예능 프로그램에서 붉은 여왕 패러디물이 조만간 나오지 않을까 생각이 될 정도로. 즉, 공포 정치로 은근히 ‘왕따’를 당하고 있는 붉은 여왕을 위해 관객들의 ‘사랑’을 유발하는 셈이다. 왕따와 사랑이라는 극적인 충돌을 교묘히 결합시켜 선과 악이란 충돌을 모호하게 만든다.

‘진실’과 ‘허구’의 충돌도 있다. 그의 2001년작 ‘혹성탈출’에서 미지의 세계를 거짓이라 믿는 주인공은, 그 곳에서 깨닫게 되는 인류의 진실을 파헤친다. ‘이상한’의 ‘언더랜드’도 마찬가지다. 원작에선 꿈에 불과했지만 팀 버턴은 이를 현실로 만들어 버린다. 꿈과 현실 사이에서 모호한 줄다리기를 통해 거짓은 진실이 될 수 있고, 진실은 또 거짓이 될 수 있다.

결국 진실이건 허구건, 중요한 것은 개인의 생각이라는 팀 버턴의 철학을 보여준다. 이는 분명 관객들에게 낯선 경험을 선사하고, 가벼운 모습을 통해 무거운 생각을 하게 만든다. 그래서 팀 버턴이다.

사족이지만 사실 이런 식의 냉철한 분석이 필요 없는 영화이기도 하다. 그냥 봐도 유쾌하다. 어른이 봐도 좋고 아이들이 보면 더 좋다. 재치있는 영상미, 엉뚱한 캐릭터만으로도 신이 난다. 또, 그래서 팀 버턴이다.

이경원기자 leekw@seoul.co.kr

●DOWN

매트릭스와 너무 닮아… 관객 눈높이 못맞춘 3D

팀 버턴 감독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는 ‘그림은 입체, 이야기는 평면’으로 요약된다.

이야기가 주는 재미가 크지 않다. 예측 가능한 사건이 일어나고, 사건 전개 과정에서도 긴장감이나 흥미가 유발되지 않는다. 뻔한 이야기를 조합했지만 흥미진진함을 준 제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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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머런 감독의 ‘아바타’와는 거리가 있는 부분이다.

원작 특유의 말장난이나 풍자가 국내 관객들에게 제대로 전달될 수 있을지도 의문. 여러 판타지 영웅담 가운데 워쇼스키 형제가 만든 ‘매트릭스’의 그림자가 진하게 느껴지는 점도 ‘이상한’의 진부함을 부채질한다. ‘매트릭스’도 루이스 캐럴의 원작 동화에 상당 부분 빚을 지고 있기 때문에 당연한 일이겠지만, 그럼에도 ‘이상한’은 ‘매트릭스’와 닮아도 정말 많이 닮았다.

‘이상한’과 ‘매트릭스’ 둘 다 하얀 토끼가 주인공인 앨리스와 네오를 새로운 세계로 인도하는 아이콘 역할을 한다. 두 사람 모두 세계를 구원할 영웅으로 운명이 정해진 것도 비슷하다. 처음부터 그 운명을 확신하는 것은 아니다. 스스로는 물론, 그 주변 인물들도 끊임없이 의심한다. 앨리스에게 운명을 확신시켜 주는 애벌레 압솔렘은 ‘매트릭스’에 나오는 예언자 오러클과 모습이 겹친다. 앨리스가 ‘원래 있던 곳’으로 돌아가기 위해 받아든 재버워키의 피가 담긴 약병은, 네오 앞에 던져진 알약과 마찬가지다.

‘이상한’은 3D의 덫에도 걸린다. ‘이상한’이 보여주는 3D는 ‘아바타’로 인해 한껏 높아진 관객들의 기대치를 만족시키지 못하고 있다. 물 위에 뜬 기름처럼 일부 장면에서는 인물과 배경이 부자연스럽게 보이고, 영상이 또렷하지 않은 부분도 있다. 먼저 2D로 찍은 뒤 컨버팅 작업을 통해 3D로 전환했다고 하는데 기기묘묘한 캐릭터들과 이상한 나라의 매력이 3D 전환을 통해 더욱 돋보이게 된 것 같지 않다.

기괴하고 아름다우면서도 유머러스한 영상미를 빚어내는 것으로 정평이 난 팀 버턴 감독은 개인적으로 역대 최고 제작비인 2억 5000만달러(약 3000억원)를 들여 장기를 마음껏 발휘했는데 대체로 어두웠던 이전 작품에 견줘 밝고 부드럽고 경쾌해졌다.

어른들을 위한 동화를 만들어 오던 그가 이번에는 어린이를 위한 동화를 만든 것 같다.

홍지민기자 icarus@seoul.co.kr
2010-03-05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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