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장판 국회’ 후유증…의원 보좌관들 ‘분실물 찾기’ 진풍경

‘난장판 국회’ 후유증…의원 보좌관들 ‘분실물 찾기’ 진풍경

입력 2010-12-10 00:00
수정 2010-12-10 1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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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로텐더 홀에서 분실한 검정색 외투(A사 제품)와 회색 머플러(B사 제품)를 찾습니다. 저는 보라색 여성용 머플러를 가지고 있습니다.”

 지난 8일 ‘심야의 예산 혈투’가 지나간 국회에 ‘분실물 찾기’란 보기드문 풍경이 벌어지고 있다. 정기국회가 끝난 국회 내부 게시판에 몸싸움 도중 잃어버린 물건을 찾는다는 보좌관들의 글이 줄을 잇고 있는 것.

 지난 9일 게시판에는 ‘긴급,분실한 옷 찾습니다’란 글이 올라왔다. 이 글을 쓴 무소속 의원 보좌관은 자신의 외투와 머플러를 찾는다면서 동시에 여성용 머플러를 보관하고 있으니 찾아가라고 말했다. 이 보좌관은 “칠칠치 못하게 자기 옷도 잃어 버리는 사람이 날치기를 막겠다고 나섰으니 막을 수 있었겠나.”라고 자조하기도 했다.

 한나라당 의원 보좌관은 “7일 저녁 국회 부의장실 앞에서 야당 보좌진과 몸싸움 벌이던 중 벗겨진 검은색 니트를 찾는다.”고 밝혔다. 몇 시간 후 이 보좌관은 “옷은 찾았지만 옷인지 걸레인지 구분이 안갈 정도”라면서 “옷 상태를 보니 다시한번 씁쓸해진다.”는 글을 올렸다.

 여야 의원들이 폭력과 욕설이 주고 받으며 서로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남긴 반면, 보좌관들은 이와 사뭇 다른 분위기를 연출하기도 했다. 한 야당 의원 보좌관이 자신의 니트를 찾는다는 글을 올리자 다른 여당 의원 보좌관은 “○○형, 그 옷 아울렛 상품아닌가요?”라는 댓글을 달며 아는 체를 했다. 이 보좌관은 자신도 분실물을 하나 가지고 있다면서 “찾으러 오실땐 컵휘(커피) 한잔은 센스!”라는 농을 건내기도 했다.

 국회 관계자는 “보좌관들끼리 내부 게시판을 이용해 친분을 다지는 것이 보기드문 일은 아니다.”라며 “보좌관들끼리는 여야를 가리지 않고 서로 친한 편”이라고 말했다. 보좌관들의 경우 정당을 가리지 않고 소속 의원을 바꾸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이 관계자는 “평소에 서로 친한 보좌관들도 큰 일이 벌어질 경우 어쩔 수없이 서로 치고 받아야 하는 상황이 생긴다.”면서 “난투극이 벌어질때마다 ‘행동대원’ 역할을 떠맡는 보좌관들 역시 국회 폭력의 피해자”라고 말했다. 그는 “어느 곳보다 민주적이어야 할 국회에서 매년 볼썽사나운 모습을 연출할 때마다 마음이 무겁다.”면서 “국회운영의 민주화가 빨리 자리잡도록 여야가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서울신문 맹수열기자 guns@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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