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동주도 재외동포?…국정교과서 둘러싼 뒤늦은 논란

윤동주도 재외동포?…국정교과서 둘러싼 뒤늦은 논란

강경민 기자
입력 2019-08-01 15:42
업데이트 2019-08-01 15: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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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처음으로 초6 도덕교과서에 윤동주 ‘재외동포’로 기술“굳이 재외동포라고 별도로 규정할 이유 있나” vs “종합적 평가 필요”

윤동주 시인
윤동주 시인
초등학교 6학년 학생이 사용하는 도덕 국정 교과서에 윤동주 시인이 ‘재외동포’로 기술된 것을 두고 뒤늦은 논란이 일고 있다.

1일 재외동포재단과 교육부 등에 따르면 올해 초등학교 6학년용 도덕, 사회 교과서에는 각각 윤동주와 독립운동가 최재형이 재외동포로 기술됐다.

도덕 교과서에는 윤동주가 ‘독립을 향한 열망과 자신에 대한 반성을 많은 작품에 남기고 떠난 재외동포 시인’으로 소개됐다.

사회 교과서는 최재형을 안중근의 의거를 도운 사람 중 하나로 열거하고 ‘우덕순, 유동하, 조도선도 체포되어 안중근과 같이 재판을 받게 되자 재외동포 최재형은 이들이 풀려날 수 있도록 물심양면으로 지원했다’고 표현했다. 이번 작업은 교육부가 윤동주, 최재형 등 몇몇 인사를 재외동포로 기술해달라는 재외동포재단의 요청을 받아 5개 국정교과서 편찬 기관에 재외동포재단의 입장을 담은 자료를 전달했고 교과서 집필진이 이를 검토한 뒤 이뤄졌다.

현재 사용되는 2015년 개정 교육과정에 재외동포라는 단어가 등장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일각에서는 윤동주에 대한 여러 해석이 가능한 상황에서 충분한 연구와 토의 없이 교과서에 그가 ‘재외동포’로 명기됐다고 비판한다.

28세의 젊은 나이로 생을 마감한 윤동주는 평양 숭실중학교 1년과 서울 연희전문 4년을 합쳐 한반도에서 총 5년을 지냈고 중국 지린(吉林)성 옌볜(延邊)조선족자치주인 북간도 일대에서 20년을 살았다.

재외동포재단법 제2조는 재외동포를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외국에 장기체류하거나 영주권을 취득한 사람(1호)이거나 국적에 관계없이 한민족의 혈통을 지닌 사람으로서 외국에서 거주·생활하는 사람(2호)’으로 규정한다.

윤동주가 한민족의 혈통을 지닌 것이 분명하고, 북간도에서 생의 대부분을 보내 외국에서 장기 체류한 만큼 그를 재외동포로 해석할 수 있다는 게 재외동포재단의 논리다.

그러나 국내에서 윤동주를 재외동포로 인식하기 시작할 경우 중국 정부가‘북간도가 원래 중국 영토이며 윤동주는 중국인’이라고 주장할 빌미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 중국 지방 정부는 2012년 윤동주 생가 입구에 표지석을 세우고 여기에 ‘중국 조선족 애국 시인’이라는 문구로 그를 소개하고 있다.

교포문제연구소 이구홍 소장은 “이주사적 시각에서 볼 때 우리나라의 최초의 공식 이민은 1900년대 초반 여권을 소지하고 나간 하와이 이민”이라며 “당시 북간도는 우리 영토로 여겨졌는데 윤동주 일가가 이 지역으로 이주했다고 해서 윤동주를 ‘외국으로 나간’ 재외동포로 볼 수 있는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이 소장은 “법률상으로 재외동포라는 개념이 있지만 사실 재외동포를 어디까지 포함할 수 있는가는 다양한 의견이 존재한다”며 “한국인이 모두 존경하는 윤동주를 굳이 ‘재외동포’라고 별도로 규정할 이유가 있냐”고 반문했다.

이에 대해 재외동포재단 관계자는 “재외동포재단이 역사 속 다양한 인물을 재외동포로 재조명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2017년 12월 국무총리 주재 재외동포정책위원회에 제안했고 이후 준비 과정을 거쳤다”며 재단이 충분한 연구 없이 윤동주를 재외동포로 포장했다는 비판에 대해 해명했다.

이 관계자는 “윤동주를 단순히 시인으로 볼 것인지, 조국 독립에 관해 토론하고 조선의 미래를 고민한 저항 시인, 더 나아가 독립운동가로 볼 것인지에 대해서는 학계마다 시각이 다르다”며 “시인, 독립운동가, 더 나아가 재외동포로서의 윤동주의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윤동주에 대한 종합적인 평가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교육부는 이번 논란을 충분히 반영해 향후 교과서 집필 작업을 진행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교육부 관계자는 “올해 도덕 교과서에 윤동주가 ‘재외동포’로 실린 것은 도덕과 국정교과서 편찬위원회가 전문성과 자율성을 바탕으로 자체적으로 판단한 사안”이라며 “여러 곳에서 논란이 제기됐고 수정 필요성이 나온 만큼 다시 충분히 논의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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