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자 필요성 강조… 버티는 北 설득한 듯

6자 필요성 강조… 버티는 北 설득한 듯

입력 2010-12-10 00:00
수정 2010-12-10 0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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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다이빙궈 방북 배경

중국의 다이빙궈(戴秉國) 외교담당 국무위원이 9일 평양에서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면담한 것은 이미 예견된 절차였다. 중국은 연평도 포격도발 사건 이후 6자회담을 사태 해결 카드로 제시했으나 북한으로부터도 시큰둥한 반응이 나오자 북한을 설득할 필요가 있었다. 러시아, 북한과 함께 6자회담 진영을 꾸려 6자회담에 반대하는 한국·미국·일본의 논리를 무력화하려는 시도로 풀이된다.

관영 신화통신은 구체적으로 김 위원장과 다이 국무위원이 어떤 얘기를 나눴는지는 밝히지 않은 채 “양측이 솔직하고 깊은 대화를 통해 한반도 상황 및 양국관계에 대해 의견을 같이했다.”고만 보도했다.

베이징 외교가에서는 다이 국무위원이 지난달 말 방한해 이명박 대통령을 만났을 때와 마찬가지로 연평도 사건 자체에 대해서는 언급을 자제하면서 “사태 확산은 안 된다.”는 후진타오 국가주석의 뜻을 전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를 위해 6자회담 재개의 필요성을 강조하면서 북한을 다독였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주목되는 대목은 8일 방북한 다이 국무위원이 김 위원장 면담에 앞서 북한의 핵협상 실세였던 강석주 부총리와 회담을 진행했다는 점이다. 한·미·일 3국이 6자회담 재개를 위한 사실상의 전제 조건으로 내세우고 있는 비핵화의 진정성 부분과 관련, 양측 간에 논의가 있었을 가능성이 엿보인다. 북한의 우라늄 농축 위협 등에 대한 우려를 전달했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일각에서는 방북 성과에 회의적인 시각도 있다. 다이 국무위원은 당초 이 대통령 면담과 6자회담 수석대표 긴급협의 제안 직후인 이달 초 곧바로 방북할 것으로 예상됐지만 차일피일 미뤄졌다. 이 기간 김 위원장은 함경도 등을 현지 시찰하면서 베이징과 거리를 두려는 모습을 보였다. 북한은 중국의 6자회담 수석대표 긴급협의 제안은 거론하지 않은 채 실현 가능성이 없는 ‘북·중·미’ 3국 대화를 고집하기도 했다. 북한 관영 조선중앙통신이 신화통신과 마찬가지로 간단하게 보도했다는 점도 미약한 방북 성과를 대변한다는 분석이다.

북한을 압박할 의지가 약한 중국이 다이 국무위원을 파견한 것은 한국 방문 때와 마찬가지로 ‘책임 있는 역할’을 주문하는 국제사회에 보여주는 제스처에 불과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미·일 3국이 외무장관 회담을 통해 중국의 협력을 촉구한 데다 자국이 시한으로 설정한 12월 상순이 마무리된다는 점에서 북한과의 접촉은 선택의 여지가 없는 ‘의무 사항’으로 대두된 상태였다.

그렇지만 김 위원장이 연평도 포격 사건 이후 외국의 주요 인사로는 처음으로 다이 국무위원을 만났다는 점에서 북한의 입장은 어느 정도 중국 측에 전달됐을 것으로 보인다. 다이 국무위원 귀국 후 중국 외교부가 6자회담 관련국에 브리핑할 내용이 주목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베이징 박홍환특파원 stinger@seoul.co.kr
2010-12-10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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