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보리 긴급회의 안팎
19일(현지시간) 유엔안전보장이사회 긴급회의 소집은 북한의 연평도 포격 이후 고조된 한반도 위기와 관련된 국제기구 차원의 논의로는 세번째다. 앞서 유엔 안보리는 지난달 말 연평도 포격의 책임을 놓고 격론을 벌였으며 이달 초에는 유엔 국제형사재판소(ICC)가 북한의 포격이 전쟁범죄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가리기 위해 예비조사에 착수한 바 있다.그러나 이번 긴급회의는 지난 논의들과는 양상이 좀 다르다. 북한의 연평도 포격은 물론 한국이 연평도에서 진행하겠다고 밝힌 해상사격훈련까지 도마에 올랐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북한에 연평도 포격의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한·미·일 3국 및 영국·프랑스 등 서방 국가들과 이를 부인하는 북한 및 중국 간 치열한 공방이 예상된다.
한국과 우방국가들은 연평도 포격이 ‘무력의 위협 및 사용’을 금지한 유엔 헌장 2조4항을 정면으로 위반한 사안이며 한국군의 사격훈련은 국토 내에서 벌어지는 정당한 훈련이라는 점을 강조할 전망이다.
그러나 사격훈련 강행 때 군사적 대응을 천명한 북한과 우려를 나타내 온 중국은 긴장고조의 책임을 한국과 미국에 돌릴 가능성이 크다.
북한의 핵개발과 천안함 폭침 사건에서 안보리의 대북제재 결의안과 의장 성명이 실질적인 효과가 미흡했다는 점 때문에 유엔 안보리의 역할 자체에 의문을 나타내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전문가들은 북한에 대한 추가 제재가 마땅치 않은 만큼 이번 회의 역시 한반도 상황에 대한 우려와 형식적인 북한 규탄, 남북 양국에 대한 군사행동 자제 요청 등으로 마무리될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특히 중재를 자청한 러시아가 각종 성명에 연평도 공격 주체로 북한을 명시하지 않는 등 애매모호한 입장을 보이고 있는 것도 이 같은 관측에 힘이 실린다.
박건형기자 kitsch@seoul.co.kr
2010-12-20 3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