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평도 포격은 ‘세습용’,핵사찰 수용은 ‘6자회담용’?

연평도 포격은 ‘세습용’,핵사찰 수용은 ‘6자회담용’?

입력 2010-12-21 00:00
수정 2010-12-21 1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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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한이 국제원자력기구(IAEA) 핵사찰단 복귀 허용 카드를 꺼내들면서 한반도 정세에 미묘한 기류가 생성되고 있다.

 연평도 사격훈련을 둘러싼 군사.외교적 대치국면의 한복판에서 대화를 겨냥한 새로운 흐름이 불쑥 등장한 셈이다.

 특히 북한이 꺼내든 ‘패키지 제안’은 6자회담 재개에 적극적인 중국.러시아의 행보와 맞물리면서 상황전개에 따라 외교적 동력을 얻어나갈 가능성이 적지 않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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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오전 인천 옹진군 연평도에서 해병대 장병들이 해안가를 순찰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21일 오전 인천 옹진군 연평도에서 해병대 장병들이 해안가를 순찰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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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평도에서 장병들이 경계 근무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연평도에서 장병들이 경계 근무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 연평도 해상 사격훈련 실시…‘북한은 조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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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선 이번 대화카드는 연평도 사격훈련에 대한 북측의 대응 여부에 전세계가 주목하는 가운데 나온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이는 개인자격으로 초청한 미국 정치인과 언론을 활용해 한반도 긴장악화의 책임을 남측에 돌리면서 북한이 대화에 적극적인 듯한 모습을 보여주려는 고도의 계산된 행보로 풀이된다.

 빌 리처드슨 미국 뉴멕시코 주지사가 5박6일간의 방북일정을 마치고 21일 중국 베이징 공항에서 기자들과 만나 “북한이 공언했던 보복공격을 하지 않은 것은 향후 대화 의지를 표명한 것으로 매우 중요한 진전”이라고 평가한 것도 이런 맥락으로 보인다.

 또 북한의 IAEA 사찰단 복귀 카드가 지난 9일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중국 다이빙궈(戴秉國) 외교담당 국무위원에게 사찰단 복귀허용을 검토할 수 있다고 발언한 이후에 나왔다는 점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6자회담 재개의 중재역에 나선 중국의 주문에 따라 북한이 미국에게 비핵화의 ‘일정한 성의’를 보여주는 모양새가 만들어진 셈이기 때문이다.이는 중국의 ‘체면’을 세워주면서 미국과의 대화 길을 터보려는 전략적 포석이라는 풀이가 나온다.

 이와 동시에 선제적으로 대화카드를 던져 한.미.일을 중심으로 6자회담 재개의 5대 전제조건을 구축하려는 흐름을 무력화하는 의도도 내포된 것으로 볼 수 있다.

 북한의 이번 대화카드 제안으로 ‘공’은 다시 북한에서 미국으로 넘어온 셈이 됐다.특히 북한의 행보는 중국과의 긴밀한 조율과 러시아와의 공감대에 기반하고 있어 중.러 양국의 지지를 받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결국 대북압박 공조를 형성해온 한.미.일이 북한의 대화제안을 어떻게 평가하고 반응하느냐에 따라 전반적인 정세전환의 흐름이 좌우될 것으로 보인다.

 일단 우리 정부는 이번 대화제안을 “진정성없는 꼼수”라며 평가절하하는 분위기다.특히 IAEA 사찰단 복귀허용은 오히려 북한의 핵활동을 외부에 선전해줌으로써 핵개발을 정당화하려는 속셈이라는게 정부의 시각이다.이에 따라 핵시설 가동중단이 선행되고 이어 핵사찰이 뒤따라야 한다는게 정부 당국자들의 지적이다.

 정부 고위당국자는 21일 “진짜 사찰을 받으려면 그 전에 핵무기비확산조약(NPT)에 다시 들어와야 하며 NPT에 돌아오려면 모든 핵 프로그램의 동결과 철회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또 북한이 제안한 미사용 연료봉 1만2천개의 해외판매(외국반출)는 이미 핵문제의 초점이 우라늄 농축 프로그램(UEP)으로 넘어간 현시점에서는 ‘의미없는 낡은 카드’라고 정부 당국자들은 설명하고 있다.남북 군사 핫라인 구축과 남북한과 미국 3국이 참여하는 서해 분쟁지역 감시 군사위원회 설치는 리처드슨 주지사가 먼저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리처드슨 주지사가 현 민주당 정권 하에서 ‘메신저’로서 활용가치가 있는 인물이지만 정치인으로서의 제스처가 강해 크게 비중을 두기 어렵다는 회의적 시각도 나온다.특히 리처드슨 주지사가 만난 북측 인사는 북한 외교의 실세인 강석주 외교담당 부총리가 아닌 김계관 외무성 제1부상과 박림수 국방위원회 정책국장 정도에 불과해 ‘의미있는 협의’가 이뤄지지 못했을 것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가장 결정적인 키를 쥔 미국은 일단 원칙적 대응기조를 고수하고 있다.이번 대화제안을 일단 긍정적 조치로 평가하면서도 “말이 아니라 행동으로 입증하라”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필립 크롤리 공보담당 차관보는 21일 정례브리핑에서 “긍정적인 조치가 될 것”이라고 평가하면서도 “우리는 북한이 어떤 조건에서 무엇을 할 수 있다는 말 보다는 행동에 의해 우리의 정책을 결정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미국의 원칙적 입장표명은 어디까지 일차적 반응이며 앞으로 리처드슨 주지사의 사후설명과 평가과정에서 미 행정부의 대북 대응기조가 새롭게 설정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적어도 북한의 정확한 의도를 파악하기 위한 비공식 대화채널이 가동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물론 연평도 사격훈련을 둘러싼 군사적 긴장의 여진이 이어지고 있는 현 국면에서 당장 대화의 여건이 조성되기는 어려워보인다.

 하지만 연말 연초의 ‘조정기’를 거치면서 북한의 성의있는 행동표시 여부와 관련국들의 반응에 따라 정세의 틀이 변화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중국이 제안한 6자 수석대표 긴급회동은 여전히 살아있는 카드다.북한의 태도변화가 좀 더 가시화될 경우 중국은 다시 6자회동 카드를 꺼낼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이런 가운데 다음달 중순 미국 워싱턴 D.C에서 열릴 것으로 예상되는 미.중 정상회담은 국면전환의 중요한 분수령이 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이 같은 미.중의 전략적 모색 흐름 속에서 대화와 압박의 투트랙 기조를 유지하고 있는 우리 정부의 입장도 유연해질 가능성이 있다.정부의 한 소식통은 “가장 중요한 것은 북한이 추가도발을 하지 않음으로써 여건과 분위기를 만드는 것”이라며 “회담 재개의 조건은 어느정도 유연해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한.미.일이 성안한 5대 전제조건이 탄력적으로 조정될 수도 있음을 의미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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