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서 또 한국 대학생 구타 사망…충격

러시아서 또 한국 대학생 구타 사망…충격

입력 2010-02-19 00:00
수정 2010-02-19 0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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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에 교환 학생으로 연수 온 한국 대학생이 러시아 청년들에게 집단 폭행을 당해 사망한 사실이 전해지면서 교민 사회가 술렁이고 있다.

정확한 사건 경위가 아직 밝혀지지 않았지만 금품을 노리지 않았다는 점에서 외국인을 대상으로 한 인종혐오 범죄일 가능성이 커 인종범죄를 척결하겠다는 러시아 정부의 의지를 무색게 하고 있다.

18일 이르쿠츠크 총영사관에 따르면, 현지 경찰은 이번 사건의 용의자 3명을 붙잡아 범행 동기를 캐고 있지만 인종 범죄로 단정하기에는 이르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총영사관 측은 지난 달 알타이 국립 사범대에 단기 연수를 나온 광주광역시 모 대학 2학년 강모(22) 씨가 지난 15일 이르쿠츠크 바르나울시에서 청년 3명에게 흉기 등으로 집단 폭행을 당한 뒤 의식을 잃고 병원으로 옮겨 치료를 받던 중 이날 오전 사망했다고 밝혔다.

우리 유학생들이 스킨헤드 등 소위 극우민족주의자 또는 인종 혐오주의자들의 표적이 된 것은 이번만이 아니다.

지난 2005년 2월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10대 한국인 유학생 2명이 흉기에 찔려 부상했고, 2007년 2월에는 한국인 유학생 1명이 집단 구타를 당해 치료를 받다가 한 달 뒤 숨졌으며 지난해 1월에는 단기 언어 연수 중이던 우리 여대생이 인화성 물질을 이용한 화상(火傷) 테러를 당하기도 했다.

이처럼 한해가 멀다 하고 터지는 이런 끔찍한 사건에 현지 교민과 유학생들의 신변 안전에 대한 불안감은 점점 커지고 있다.

특히 과거에는 스킨헤드들이 4월20일 히틀러 생일을 전후해 아시아·아프리카 출신 외국인들을 상대로 종종 공격을 가해 왔지만, 최근에는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외국인 피습 사건이 발생하고 있다는 점도 걱정이다.

러시아에서는 지난 1991년 소비에트 연방 붕괴와 함께 경제 상황이 악화하면서 국수주의자와 네오나치주의 단체들이 우후죽순처럼 생겨나기 시작, 현재 러시아 젊은이의 약 15%는 극우파에 동조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동안 이런 인종 차별적 범죄를 단순히 ‘훌리건의 행동’으로 치부하면서 사건 수사에 미온적이던 러시아 당국도 이런 범죄가 국가 이미지를 훼손하고 외국인 투자에 방해가 된다는 이유로 최근 들어 외국인 혐오 범죄에 적극적인 모습이다.

그 결과 지난 해에는 인종혐오 범죄로 숨진 사람이 71명으로 2008년에 비해 110명에 비해 35.5%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경찰이 단속을 강화하자 인종혐오 단체들이 폭발물을 사용하거나 방화를 하는 등 그 수법이 갈수록 대담해지는 경향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모스크바에 유학 중인 김모씨는 “러시아에 온 지 얼마 되지 않아 현지 사정에 어두운 학생들이 봉변을 당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면서 “조심을 하지만 이런 소식을 들을 때마다 긴장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이번 사건과 관련해 주러 한국대사관은 한국 교민과 유학생들이 이들의 표적이 되지 않도록 신변 안전에 주의해 달라고 당부했다.

모스크바=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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