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소유’ 남기고…법정스님 다비식

‘무소유’ 남기고…법정스님 다비식

입력 2010-03-13 00:00
업데이트 2010-03-13 1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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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소유’의 가르침을 전하고 실천한 법정(法頂)스님이 활활 타오르는 불길 속에 몸을 맡긴 채 먼 길을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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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소유’의 법정 스님의 다비식이 거행된 13일 오전 전남 순천시 송광사 대웅전 앞에서 법정 스님의 영정을 앞세운 법구가 부처님께 삼배를 올리고 있다.  연합뉴스
‘무소유’의 법정 스님의 다비식이 거행된 13일 오전 전남 순천시 송광사 대웅전 앞에서 법정 스님의 영정을 앞세운 법구가 부처님께 삼배를 올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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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생을 무소유와 청빈의 삶을 살아 온 법정 스님의 다비의식이 13일 오전 전남 순천시 송광사에서 열리고 있다.  연합뉴스
평생을 무소유와 청빈의 삶을 살아 온 법정 스님의 다비의식이 13일 오전 전남 순천시 송광사에서 열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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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소유’의 법정 스님의 다비식이 거행된 13일 오전 전남 순천시 송광사에서 법정 스님의 영정을 앞세운 법구가 문수전을 나와 대웅전을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무소유’의 법정 스님의 다비식이 거행된 13일 오전 전남 순천시 송광사에서 법정 스님의 영정을 앞세운 법구가 문수전을 나와 대웅전을 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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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법정 스님 마지막 가시는 길

☞[사진] “큰 욕심 부리지 말고” 법정 스님 생전 활동 모습

 지난 11일 오후 1시51분 서울 성북동 길상사에서 입적한 법정스님의 법구는 13일 오전 스님의 출가 본사인 전남 순천 송광사 전통다비장에서 다비됐다.

 법정스님의 이번 생 마지막 길을 지켜보려고 이날 송광사에는 아침 일찍부터 전국 각지의 불교신자와 스님 등 추모객 3만여 명이 몰렸고,송광사를 품은 조계산 언덕에 자리 잡은 다비장에도 1만5천여명이 운집했다.

 전날 길상사를 떠나 송광사 문수전에서 밤을 지낸 법정스님의 법구가 이운되기 시작한 것은 이날 10시,범종 소리와 함께였다.

 법구는 길상사를 떠나던 모습 그대로 대나무 평상에 모셔진 채 가사를 덮은 상태였고,대웅전 앞에서 부처님께 마지막 3배를 한 후 다비장으로 향했다.

 추모객들은 일제히 합장하고 “나무아미타불” 등을 염불하면서 법정스님의 마지막 모습을 지켜봤고,다비장으로 향하는 거대한 행렬에 동참했다.또 상당수 추모객은 일찍부터 다비장으로 모여들어 자리를 잡기도 했다.

 학인 스님 8명이 조를 짜 교대해 이운한 법구는 송광사 주차장 입구에서 약 800m 산길을 올라 오전 11시께 다비장에 도착했다.

 법구는 장작더미가 쌓인 인화대 위에 모셔진 후 다시 참나무로 덮였고,이어 11시41분 스님 9명이 장작에 불을 붙이는 거화(炬火) 의식을 거행하면서 활활 타오르는 불길 속에 맡겼다.

 이날 법정스님의 법구를 이운하는 행사에는 전 조계종 총무원장 지관스님,조계종 원로의원 법흥스님,덕숭총림 수덕사 방장 설정스님,쌍계사 조실 고산스님,전국선원수좌회 전 대표 혜국스님 등 불교계의 큰스님과 중진스님이 대거 참석했다.

 또 이계진,김학송 한나라당 의원,이강래,서갑원 민주당 의원,강기갑 민주노동당 대표,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 등 정계인사도 자리를 함께했다.

 법정스님의 법구는 14일 오전 10시까지 계속 다비된 후 타다 남은 뼈를 모으는 습골 의식을 거쳐 문도들에게 전달된다.유골은 법정스님이 오래 머무르던 강원도 오두막,송광사 불일암,길상사 등지에 산골될 것으로 전해졌다.

●“연꽃속에서 다시 피어나소서”

 기다란 대나무로 만든 거화(炬火)봉을 든 스님 9명이 인화대 주변에 둘러섰다.

 굵직한 참나무 장작 위로 스님들이 일제히 거화봉을 대는 순간,조계산 언덕에 모여든 1만5천여 추모객 사이에서는 “스님 나오세요,불 들어갑니다”,“스님 뜨겁습니다,빨리 나오세요” 라고 큰소리로 외치는 소리가 터져 나왔다.

 점화되는 순간,장작 위에서는 시뻘건 불길과 함께 연기가 치솟았고 거화봉은 불길에 ‘탁,탁’하는 큰 소리를 내며 갈라졌다.

 “나무아미타불,나무아미타불…”을 부르며 이 모습을 지켜보던 불자들은 스님의 극락왕생을 기원하며 반야심경,신묘장구대다라니경 등을 염송하며 눈물을 흘렸다.

 인화대 주변에서 무념무상의 표정을 유지하던 스님들도 그 순간 두 손으로 얼굴을 감쌌다.

 ‘무소유’의 가르침을 전하고 실천한 법정스님이 13일 오전 11시41분,순천 송광사 전통다비장에서 거센 불길 속에 마지막 길을 떠나는 순간이었다.

 이날 오전 10시,송광사 문수전을 출발한 법정스님의 법구는 1시간여에 걸쳐 송광사 입구 가파른 조계산 산비탈에 자리잡은 전통다비장에 도착했다.

 형형색색 만장도,꽃상여도 없는 행렬이었다.‘비구 법정’이라고만 쓴 위패와 영정에 이어 학인 스님들이 법정스님의 법구를 한 발씩 다비장을 향해 옮겨갔다.

 하지만 결코 초라하지 않은 행렬이었다.전날까지 찌푸렸던 하늘도 화사한 봄 햇살을 쏟아냈다.

 법정스님을 배웅하기 위해 전국에서 모여든 추모객들은 험한 비탈길에서 연방 미끄러지고 나뭇가지에 긁히면서도 염불과 독경을 하면서 법구를 따랐다.노스님들도 젊은 스님들의 부축을 받아가며 험한 산길을 올랐다.

 법구가 참나무와 장작더미로 이뤄진 인화대에 오르고,그 위로 참나무 장작이 계속 더해지자 지켜보던 추모객들은 오열하며 눈을 감았다.

 이날 거화봉은 조계종의 어른스님들과 상주격인 법정스님의 상좌들,송광사 관계자 등이 잡았다.

 덕숭총림 수덕사 방장 설정스님,법정스님과 동문수학한 송광사 법흥스님,조계종 총무원장 자승스님,법정스님의 맞상좌 덕조스님,역시 법정스님의 상좌인 길상사 주지 덕현스님,송광사 주지 영조스님,송광사 서울분원 법련사 회주 현호 스님,송광사 전 주지 현고 스님,조계종 중앙종회의원 보선스님등 9명이다.

 한나라당 이계진,김학송 의원,강기갑 민주노동당 대표,민주당 이강래 원내대표,서갑원 의원,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 등의 정치인도 다비식을 지켜봤다.

 11시41분 마침내 거화가 이뤄진 이후 곧바로 세찬 불길과 함께 연기가 치솟았고,추모객의 염불 소리는 더욱 커졌다.바람이 거세지면서 연기는 소나무 숲 사이로 하늘을 향해 맹렬한 기세로 치솟았다.

 거화 의식을 마친 후 길상사 주지 덕현스님은 대중을 향해 “스님을 잘못 모시고 이렇게 보내드려서 죄송하다.스님은 지금 불길 속에 계시지만 스님의 가르침은 연꽃처럼 불길 속에서 다시 피어날 것이다”라고 말하며,추모객들에게 ‘화중생연(火中生蓮)’을 같이 외치자고 말했다.

 ‘화중생연’을 외친 후에도 추모객들은 한동안 자리를 뜨지 못했다.스님의 법구는 14일 오전 10시까지 약 24시간 동안 불길 속에 몸을 맡기게 된다.

 다비준비위원회는 불길이 꺼진 후에는 곧바로 습골해 법정스님의 상좌들에게 넘긴다.법정스님의 유지에 따라 사리도 수습하지 않고 타다 남은 유골만 수습하는 의식이다.

연합뉴스 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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