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문고 포기하고 귀국’逆유학’ 성공한 교포 부자

명문고 포기하고 귀국’逆유학’ 성공한 교포 부자

입력 2010-05-07 00:00
업데이트 2010-05-07 0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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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재미 교포가 미국 최고의 공립고에 다니던 아들을 자퇴시켜 한국 고등학교로 유학 보냈다. 그 아이는 3년 후 미국 아이비 리그 대학 두곳에 동시 합격했다.

한국의 조기 유학 열풍과는 정반대의 길을 선택한 셈이다.

그 주인공은 세계적 회계 컨설팅 업체인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PWC)의 파트너로 재직중인 재미교포 조영(형택) 씨와 그의 맏아들 남제 군.

올해 초 민족사관학교를 졸업한 조 군은 지난해 12월 예일대 얼리(수시모집)에 합격했고, 지난달 말 하버드대로부터도 합격 통지서를 받았다.

“미국에서 태어났지만 한국인으로서의 정체성을 가져야 한다. 가장 지적 흡수력이 좋은 고교 시절에 한국에서 공부하라”는 아버지의 지침(?)에 따라 3년여전 뉴욕.뉴저지 지역 최고의 공립고교인 버겐 아카데미를 자퇴하고 한국으로 홀로 떠났던 조 군은 6일 “무척 힘들었지만 한국인의 DNA를 확인한 소중한 기회였다”며 연합뉴스와의 인터뷰를 시작했다. 이날 인터뷰에는 아버지 조영 씨도 함께 했다.

민사고 입학 인터뷰를 할때 면접관들은 다른 학생들에게는 영어로 질의응답을 하면서 남제에게는 한국말로 인터뷰를 했다고 한다. 다른 학생들의 면접 시간은 평균 15분이었지만 남제는 45분 동안을 더듬거리는 한국말로 답했야 했다.

마지막 질문은 “1년내에 한국어를 완전히 따라 잡을 수 있겠느냐”는 것이었고, 남제는 “6개월 이내에 그렇게 하겠다”고 대답했다. 실제로 그는 6개월 만에 한국말 소통에 전혀 문제가 없는 ‘평범치 않은’ 고등학생이 됐다.

조 군은 “아무도 아는 사람이 없는 한국에서 혼자 공부하라는 아버지 말씀에 처음엔 겁이 났지만 학교에서 선생님과 친구들이 도와줘 빨리 적응할 수 있었다”며 “미국에서 느끼지 못했던 ‘정’이라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조 군의 아버지 조영 씨는 “당시 아내가 강하게 만류했다. 서울 사람들은 미국으로 아이들을 못 보내서 안달인데 한국말도 서툰 아이를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고등학교때 혼자 한국으로 보내면 어떻게 하느냐는게 아내의 주장이었다”며 “심하게 말하면 이혼위기까지 갔다”고 회상했다.

조 씨는 “만일 아이를 아이비리그에 보내는 것이 목적이었다면 그건 모험이고 도박임이 분명했다”며 “그러나 제대로 한국말을 익히고 한국의 문화를 체험 한 뒤 미국에서 대학 공부를 하도록 하는 것이 재미교포 2세인 우리 아이를 바르게 키우는 것이라는 원칙만 생각했다”고 말했다.

민사고에서도 조 군은 학교에서 권하는 영어 토론대회 등 영어 관련 과목 수강이나 활동은 거의 하지 않았고, 물리나 한국 역사 등 가장 힘든 과목들을 듣고 그 쪽에 맞춰 과외활동도 했다고 한다.

조 씨는 “아들이 영어 토론대회에 나갈지를 상의하길래 미국에서 태어난 네가 거기 나가 1등을 하면 무슨 의미가 있느냐며 만류했다”면서 “쉬운 길을 가지 말고 어려운 길에 도전해 성취감을 맛봐야 한다고 가르쳤다”고 말했다.

조 씨는 아들이 예일과 하버드에 합격할 수 있었던 것은 성적 보다는 에세이에 나타난 이 같은 도전 정신이 높게 평가됐기 때문일 것이라고 부연했다.

조 군은 두 학교중 최종적으로 하버드를 선택했고 자유전공으로 입학해 여러 학문을 다양하게 공부할 생각이라면서, 관심있는 분야는 물리와 철학이라고 말했다.

민사고 출신이 하버드대에 입학하는 것은 남제군이 3년만에 처음이라고 한다.

그는 “한국 교육이 너무 점수 위주인데다 시험이 원칙을 이해하느냐 보다는 어떻게 하면 틀리게 할까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 것 같아 처음엔 힘들었지만 차츰 익숙해 지더라”며 우회적으로 한국 교육의 문제점을 지적하기도 했다.

어린시절부터 아버지를 따라 자연스럽게 채식주의자가 됐고, 다도를 하면서 아버지와 대화를 많이 나눴다는 조 군은 민사고에서도 기숙사 방에서 친구들과 차를 즐겨 마셨다고 한다.

그는 미국 집으로 돌아와 “미국 시민권을 포기하고 한국에서 군대를 가겠다”고 말해 집안 식구들을 놀래킬 정도로 3년의 한국 생활에 강한 향수를 갖고 있었다.

미국 주류 사회에 편입한 소위 ‘잘 나가는 재미교포’들은 미국 사회에 어떻게 하면 더 가깝게 동화될 수 있을까를 고민하면서 의도적으로 한국과 거리두기를 하는 경우가 많은데 미국 최대 회계법인의 파트너까지 오른 조 씨가 왜 미국서 공부 잘하던 아이를 그렇게 ‘생고생’ 시켰는지가 궁금했다.

그는 “미국 주류사회에서 인정받는 지위에 올랐지만 미국을 알면 알수록 뭔가 그들의 내부에 휑한 무엇인가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며 “그 부족한 무엇을 메워 줄 수 있는 자양분이 동양 문화, 특히 우수한 한국 문화 속에 있다고 생각했고, 아이들에게 그런 한국을 경험할 기회를 준 것 뿐”이라고 답했다.

그는 지난 6년 동안 뉴저지주 잉글우드에서 ‘동화문화센터’라는 한국 문화 알림터를 이끌어 온 장본인이기도 하다.

‘동양과 서양의 만남’을 목적으로 이 문화센터는 100명 가까운 미국인과 재미교포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글.한자.서예.단소.대금.한국무용.한국음식.다도와 예절, 심지어 바둑.주산 등 다양한 한국의 교육.예술 분야를 가르치고 있고, 연인원 수천명을 대상으로 외부 강좌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다.

“애플 아이폰이 성공한 것은 기술에서 벗어나 창의력으로 새로운 문화를 창조했기 때문”이라고 말하는 조 씨는 “동화문화센터를 동양과 서양이 조화를 이루는 새로운 창조적 교육 모델로 만들어 나갈 생각”이라고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

조 씨는 둘째 아들 남황 군도 버겐 아카데미를 중퇴시켜 서울 국제고에 보내 1학년에 재학중이며, 중학생인 셋째 남도 군 역시 한국에 보낼 계획을 갖고 있다.

뉴욕=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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