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펜으로 무력행사 시도…조사후 징벌 내려질듯

　실형을 선고받은 피고인이 법정에서 재판장에게 무력을 행사하려다 제지당했다.

　31일 오전 10시20분께 서울중앙지법 서관 522호 법정에서 절도 혐의로 구속기소된 피고인 손모 씨가 판결 선고 직후에 볼펜 두 자루를 든 채 재판장 이모 판사 쪽으로 달려들다 곁에 있던 교도관 4명과 법정 경위 1명에게 곧바로 제압됐다.

　이 볼펜은 구치소에서 판매하는 것으로 잉크가 나오는 끝 부분이 날카롭게 돼 있다.

　손씨는 양손에 이 볼펜 한 자루씩을 움켜쥐고 법정에 나왔다.이를 본 교도관이 필기구를 회수하려 시도했으나 손씨가 응하지 않은 상태로 판결 선고가 시작됐다.

　재판부는 “여러 차례 범행했고 특별한 합의 노력을 하지도 않아 실형을 선고할 수 밖에 없다”며 손씨에게 징역 1년2월을 선고했다.

　손씨는 재판이 끝나자 퇴정하는 듯한 자세를 취하다 법대 쪽으로 갑자기 몸을 틀었으며 교도관이 손씨의 행동을 예의주시하고 있었던 탓에 무위에 그쳤다.

　교도관은 손씨에게 수갑을 채워 퇴정시켰지만,소동 때문에 나머지 재판이 일시 중단됐다.

　구치소는 사건 경위를 조사한 뒤 손씨에게 규율 위반 행위에 상응하는 징벌을 내리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법원에 따르면 손씨는 지난 5월 서울 명동에서 최모 씨의 가방을 열고 현금과 신용카드가 든 지갑을 훔친 혐의와 길에서 주운 체크카드로 돈을 찾으려고 시도한 혐의 등으로 구속기소됐다.

　그는 1996년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혐의로 기소됐는데 과대망상과 피해망상,행동 장애 등 정신분열 증세를 보인다는 이유로 치료감호 판결이 확정된 바 있다.

　법무부 관계자는 “수용자에게 집필권을 허가하라는 국가인권위원회의 권고에 따라 볼펜 소지를 허용하고 있다”며 “재판 결과를 듣고 감정을 조절하지 못한 한 피고인의 행동 때문에 다른 수용자의 필기구 소지까지 제한될까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한편 2006년부터 올해 7월까지 각급 법원에서는 법정 모독,소란,도주,실신,오물투척 등 총 191건의 법정 내 사고가 발생했다.

　지난 4월 서울동부지법에서는 민사 사건 당사자가 재판부 쪽을 향해 계란을 던져 감치 20일에 처해지기도 했다.

　법원 경비를 담당하는 한 인사는 “법정의 안전을 강화하기 위해 엑스레이 투시기나 스피드 게이트를 설치하자고 제안하고 있으나 예산 제약이라는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