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희태 前비서 고모씨 신병확보…檢수사 급물살
검찰이 한나라당 전당대회 돈 봉투 살포 의혹의 열쇠를 쥔 인물 중 한 명인 박희태 국회의장 전 비서 고모(41)씨의 자택을 전격 압수수색하고 그의 신병을 확보함에 따라 수사가 급속도로 진행되고 있다.2008년 한나라당 전당대회 때 고승덕 국회의원에게 돈봉투를 전달한 인물로 지목된 박희태 국회의장의 전 비서 고모(40)씨가 11일 자택 압수수색 중 집을 빠져나와 취재진의 질문에 묵묵부담으로 일관하며 어디론가 향하고 있다. 고씨는 집 앞에서 서둘러 택시를 잡아타고 떠났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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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한나라당 모 의원 보좌관으로 일하는 고씨는 박 의장이 17대 국회의원이었을 때 비서였고, 2008년 전대 당시 박희태 후보 캠프에서 일했다.
검찰은 그가 고승덕 의원실에 건네 준 300만원이 든 돈 봉투를 되돌려받은 인물이라는 점에서 고씨의 진술에 따라 어느 정도 사건의 실체를 파악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검찰은 고씨가 전대 직전 고 의원실에 돈 봉투를 직접 전달한 ‘뿔테 안경을 쓴 30대 초중반의 남성’과 동일인물인 것으로 의심하고 있지만 아직 특정하지는 못한 상태다.
검찰이 비록 기각되긴 했지만 전날 고씨에 대해 체포영장을 청구한 것도 그가 ‘뿔테안경 남성’이라는 강한 의구심을 가졌기 때문으로 보인다.
전대 직전 돈 봉투를 직접 받은 고 의원실 인턴 여직원 이모씨가 검찰이 제시한 박희태 후보 캠프 보좌진에 대한 사진들을 보면서 몇몇 인물과 함께 고씨도 의심된다고 지목한 데 따른 것이었다.
검찰 관계자는 “고씨가 뿔테안경 남성인 것 같은데 아닐 가능성도 열어두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박 의장 측 관계자는 “고씨는 돈 봉투를 건넨 인물이 아니다”고 전했다.
이는 돈 봉투를 건넨 인물과 돈 봉투를 되돌려받은 인물이 다르다는 의미로, 검찰은 우선 이 부분에 대해 고씨를 집중 추궁할 것으로 보인다.
고씨가 단순히 돈을 되돌려받기만 했다고 주장한다면 실제 돈 봉투 전달자를 찾아내야 하기 때문에 사건 실체 파악에 시간이 더 걸릴 수도 있다.
특히 당시 고 의원실에 돈을 건넨 인물이 쇼핑백에 돈이 든 것으로 보이는 노란봉투를 잔뜩 갖고 있었다고 고 의원이 폭로한 만큼, 이 인물을 찾아내야 의혹의 실타래를 풀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실제 돈 봉투 전달자라야 다른 의원이나 당협위원장 등을 상대로 한 금품 살포 사실을 알고 있을 테고, 누구의 지시에 의한 것인지도 추궁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검찰은 고씨를 상대로 돈을 전달한 당사자인지를 먼저 확인한 뒤 아닌 것으로 판명되면 전달자가 누구인지 캐물을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고씨가 당시 박희태 후보 캠프에 있었다는 점에서 캠프 운영비를 집행했던 실무진이 누구였는지 그 지휘 선상에는 누가 있었는지도 파악할 방침이다.
검찰은 박 의장 귀국 전까지는 당시 캠프 관련자들에 대한 조사를 마치고 박 의장을 조사한다는 방침이지만 고씨의 진술에 따라 박 의장에 대한 조사방식에도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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