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은 인터넷’ 다크웹, 아동음란물 온상으로…한국인이 유통

‘숨은 인터넷’ 다크웹, 아동음란물 온상으로…한국인이 유통

강경민 기자
입력 2018-05-01 16:19
수정 2018-05-01 1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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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사이트 운영 20대 구속…유료사용자만 전 세계 4천여명음란물 내려받아 소지한 한국인 156명 검거…이용자 추가수사

인터넷 프로토콜(IP) 주소 추적이 불가능한 ‘다크웹’(dark web)에서 아동음란물 사이트를 운영하며 수억원을 벌어들인 20대가 국제 공조수사로 경찰에 붙잡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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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청 사이버안전국은 다크웹에서 아동음란물 제공 사이트를 운영한 혐의(아동·청소년의 성 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 등)로 손모(22)씨를 구속해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하고, 사이트 이용자 156명을 입건했다고 1일 밝혔다.

손씨는 2015년 7월부터 올 3월까지 충남에 있는 자신의 집에 서버를 두고 다크웹에 사이트를 개설해 아동이 등장하는 음란물 동영상 22만여건을 유통하면서 이용자들로부터 415비트코인(약 4억원)을 챙긴 혐의를 받는다.

과거 미국 군 당국이 개발한 다크웹은 특정 웹브라우저를 사용해야만 접속이 가능하고, 일반적인 방법으로는 사이트 운영자와 이용자를 추적할 수 없어 익명성이 보장된다. 이 때문에 무기·마약 거래나 아동음란물 유통에도 쓰인다.

손씨도 이런 점을 염두에 두고 다크웹에 사이트를 개설했고, 수사기관이 추적하기 어려운 비트코인을 결제 수단으로 쓴 것으로 조사됐다.

그는 한국어 서비스 제공 없이 영문으로만 사이트를 운영하면서 전 세계 이용자 120만명을 끌어모은 것으로 파악됐다. 비트코인을 지불한 유료 이용자만 4천명에 달했다. 영상을 올린 이용자에게는 무료 다운로드용 포인트가 지급됐다.

경찰은 지금까지 해당 사이트에서 아동음란물을 내려받아 소지한 한국인 156명을 적발해 형사입건했다. 적발된 내국인은 20대와 미혼, 회사원과 대학생이 많았고, 임기제 공무원과 공중보건의, 일선 학교 기간제 교사도 있었다.

적발된 영상 소지자 중 1명은 아동·청소년 성범죄 전력자로, 아동음란물 4만8천여개를 보유하는 등 ‘중독’ 증상을 호소하기도 했다.

경찰은 해당 사이트에서 아동음란물을 내려받은 한국인이 더 있을 것으로 보고 이용자들을 추가 수사하고 있다.

경찰은 앞서 이 사이트를 수사하던 미국 국토안보수사국(HSI) 등 외국 기관으로부터 “서버 소재지가 한국으로 추정된다”는 통보를 받고 공조수사에 착수했다. 국내에서 다크웹 사이트 운영자를 검거한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다.

다만 국내의 아동음란물 소지자 처벌 수위는 외국에 비해 낮은 편이다. 아동음란물 제작·배포자는 벌금형 없이 5년 이상 유기징역 또는 무기징역에 처하지만, 음란물 소지자는 1년 이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 벌금형에 그친다.

반면 미국은 아동음란물 소지자를 5년에서 20년까지 무거운 징역형에 처하고, 영국도 26주에서 3년까지 구금하는 등 엄중히 처벌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선진국에서 아동음란물 소지죄를 강력히 처벌하는 이유는 아동음란물 소지와 유통이 아동에 대한 성적 학대와 착취, 인신매매 등 오프라인 범죄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라며 “아동음란물 유포나 소지는 단순 호기심이나 성적 취향 등으로 변명할 수 없는 명백한 범죄행위”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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