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적 시민 만 18세 ‘생애 첫 한 표’
청소년 54만 8986명에 참정권 부여친구들과 후보들 공약 공부·토론하고
‘내 인생의 첫 선거’ 영상 만들어 올려
“당선자 공약 안 지키면 어떡하나” 걱정
입시·교육정책에 더 많은 관심 당부도
21대 국회의원 선거일인 15일 서울 영등포구 영등포아트홀에 설치된 투표소 앞에서 ‘청소년 인권행동 아수나로’ 활동가들이 청소년의 정치 참여를 보장하라는 내용의 시위를 벌이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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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교 3학년인 송성은(18)양은 15일 생애 첫 투표를 마치고 이렇게 말했다. 이날 치러진 21대 총선은 만 18세 청소년(2001년 4월 17일~2002년 4월 15일 출생자)의 참정권이 처음 허용된 선거였다. 청소년 유권자는 54만 8986명. 전체 유권자(4399만 4247만명)의 1.2%가 소중한 한 표를 행사했다.
2002년 4월 12일 태어난 손양은 “생일이 지나지 않아 투표를 못 하는 친구들이 엄청 부러워했다. 며칠 차이로 얻은 내 표가 더욱 소중하게 느껴졌다”며 “처음이라 후보도 정당도 너무 헷갈렸지만, 일부러 부모님 도움도 받지 않고 혼자 정보를 다 검색했다”고 전했다.
대학교 새내기인 윤지형(19)양은 “투표소 앞에 줄을 섰을 때만 해도 이 후보자와 정당을 뽑는 게 맞는지 고민되고 떨렸는데, 막상 들어가 보니 전교 학생회장 선거랑 비슷하더라”면서 웃었다. 그는 “역사책에 ‘여성 선거권 획득’이라는 한 줄이 있듯이, 후대에 ‘대한민국 최초 만 18세 선거’라고 적힐 역사의 당사자가 돼 뜻깊었다”고 말했다. 경기 고양시 성사청소년문화의집에서 활동하고 있는 윤양은 투표 이후 친구들과 ‘내 인생의 첫 선거’라는 영상을 찍어 올리기도 했다.
10대 유권자들은 후보자의 면면과 공약을 따져 보고 현명한 선택을 하기 위해 노력했다고 입을 모았다. 대학생 양아영(19)양은 “대중교통이나 문화시설 확충 등 실현 가능성 있는 공약이 눈에 들어왔다”며 “앞으로 공약이 잘 이행되는지 살펴볼 것”이라고 말했다. 고등학교 3학년 이지혜(18)양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사례처럼 후보를 잘못 뽑으면 손실이 크다는 걸 경험했으니 잘못을 반복해선 안 된다고 생각한다”면서 “후보의 공약을 믿고 선택했는데 당선되고서 약속을 지키지 않을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선거연령이 낮아진 만큼 정치권이 앞으로 학생을 비롯한 젊은 세대를 위한 정책에 더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고등학교 3학년 노경민(18)군은 “민주주의 사회로 한 걸음 내딛는 것 같아 뿌듯했다”면서도 “이번 선거에서 청소년을 위한 공약은 없었던 것 같아 아쉽다”고 밝혔다. 그는 “어른들은 학생을 어리다고 보지만 친구들과 함께 비례정당이 뭔지 공부하고, 어떤 공약이 좋은지 토론도 한다”며 “청소년도 1~2년 후면 사회로 나갈 텐데, 이런 유권자의 삶을 윤택하게 해 줄 수 있는 정치인이 나오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윤양은 “만 18세 유권자 대부분이 입시 최전방에 놓인 고등학생이다. 이제 학생들이 직접 투표할 수 있게 됐으니, 국회의원들이 입시와 교육정책에 더 신경을 쓰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정화 기자 clean@seoul.co.kr
이근아 기자 leegeunah@seoul.co.kr
2020-04-16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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