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진·학생 2만명 ‘벽’없이 소통 유명기업 없는 ‘지속성장’ 모델로
지난 8일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법이 국회에서 통과됐다. 경기도·충청도·광주시 등이 유치전에 돌입했다. 자생력을 갖추면서 지속 가능한 발전을 꾀할 수 있는 연구단지 모델로 독일 베를린 근교의 아들러스호프 연구단지를 찾아봤다.독일 베를린 근처에 있는 연구단지 아들러스호프에는 연구소 17곳과 회사 819곳이 밀집했다. 근처 연구원들의 주거 지역을 중심으로 1만 4000여명의 연구원과 6700명의 학생이 아들러스호프를 중심으로 연구와 생활을 해 나간다. 벨라루스·체코·프랑스 등 주변 12개국에서 30개 기업이 이 연구소에서 공동연구를 하고 있다.
독일 베를린 근교의 아들러스호프 연구단지 전경. 1만 4000여명의 연구원과 6700명의 학생이 이곳에서 분야별 연구에 몰두하고 있다.
아들러스호프 연구단지 제공
아들러스호프 연구단지 제공
정보기술(IT), 마이크로시스템과 소재, 바이오 및 환경, 광학, 태양전지…. 겹칠 듯 겹치지 않는 이 같은 연구 주제를 하나로 묶어 주는 큰 틀은 신재생에너지. 아들러스호프 연구단지는 독일에서 가장 큰 규모의 신재생에너지 산학연 연구단지 가운데 하나로 자리매김해 왔다.
에릭슨을 키워 낸 스웨덴의 시스타 클러스터나 IBM을 일군 실리콘밸리와 비교했을 때 아들러스호프 연구단지는 세계적으로 걸출한 기업을 배출해 내지 못했다. 하지만 ‘지속적인 성장’이라는 측면에서 아들러스호프 연구단지가 성공적인 사례라고 이 연구소의 헬게 노이만 국제협력 매니저는 자부했다. 2008년 420만㎡ 규모의 이 연구단지가 기록한 매출액은 7000억원 수준이고, 고용 측면에서 봐도 2003년 1만명을 넘은 고용 규모가 현재까지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는 것.
●獨최대 신재생에너지 메 카로
지난달 30일 연구단지를 방문한 기자에게 그는 지속적인 성장의 동력을 ‘집적성’의 측면에서 제시했다. 노이만은 “아들러스호프 연구단지의 광학 연구 지역을 가보면 훔볼트대학-결정성장 연구소-분광학을 연구하는 막스 본 연구소-광학기술센터 등의 건물이 일렬로 배치돼 있는 것을 볼 수 있다.”면서 “학생과 연구진이 근처 카페에서 자유롭게 소통할 수 있고, 서로 즐겁게 아이디어를 나눌 수 있다.”고 전했다. 이 과정에서 광학을 이용한 신재생에너지처럼 당시로서는 혁신적인 아이디어가 탄생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아들러스호프 연구단지의 사례를 도입하려면 우리의 인식 변화가 먼저 요구되는 게 사실. 삼성처럼 주목받는 기업이 입주해야 도시의 자족능력이 확보된다고 판단해 세종시 수정안과 묶어 비즈니스벨트를 추진하려는 인식을 어떻게 깰 것인지가 관건이다.
아들러스호프 연구단지를 방문한 뒤 한국독일동문네트워크(ADEKO)가 베를린에서 주관한 과학저널리즘에 관한 워크숍에서 독일과학기자협회 회원인 마틴 슈나이더는 “베를린에서는 과학 관련 TV 프로그램 제작사만 60곳에 이르고, 프라임 시간대에 관련 프로그램이 방영될 정도로 과학에 대한 국민적 관심과 이해가 높다.”고 했다. 과학에 대한 대중적 관심과 자생적인 연구단지의 성장 사이에 얼마만큼의 관련성이 있는 것인지 생각해 보게 하는 대목이다.
베를린 홍희경기자 saloo@seoul.co.kr
2010-12-14 23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