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장, 피고인석에 서다-60회] “헌재 내부 동향 파악, 국민 혼선 막기 위한 것…파견 법관은 공식 정보원”

[대법원장, 피고인석에 서다-60회] “헌재 내부 동향 파악, 국민 혼선 막기 위한 것…파견 법관은 공식 정보원”

허백윤 기자
허백윤 기자
입력 2020-04-04 14:00
업데이트 2020-04-04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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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승태 전 대법원장 59차 공판 지상중계

이진성 헌재소장과 재판관들이 24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열린 낙태죄 위헌여부 관련 공개변론을 위해 착석하고 있다. 도준석 기자 pado@seoul.co.kr
이진성 헌재소장과 재판관들이 24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열린 낙태죄 위헌여부 관련 공개변론을 위해 착석하고 있다.
도준석 기자 pado@seoul.co.kr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핵심 고위 법관은 대법원에서 헌법재판소의 내부 정보를 파악하도록 한 것은 헌재를 견제하려던 것이 아니라 국민들의 혼란을 방지하기 위해서라며 사법행정권 남용이 아니라고 부인했다. 대법원과 헌재의 판단이 서로 엇갈릴 경우 국민들이 혼선을 겪기 위해 조율을 위해 내부 정보를 확인할 필요가 있었다는 취지다.

3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5부(부장 박남천) 심리로 열린 양승태 전 대법원장과 박병대·고영한 전 대법관(전 법원행정처장)의 59회 재판에는 이규진 전 양형위원회 상임위원이 세 번째로 증인으로 출석했다. 지난 1일 오후 재판부터 시작된 박 전 대법관 측 반대신문에서 이날 오후에는 헌재에 파견된 법관들을 통해 헌재의 평의 결과 등 내부 정보를 파악하도록한 공소사실에 대한 신문이 이뤄졌다. 이 전 상임위원은 헌재 파견 법관을 통한 정보 파악이 양 전 대법원장 시절 만의 일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2015년 2월부터 양형위원회 상임위원을 지낸 그의 업무일지에는 부임 초반 ‘헌재 관련 일(내부 동향 파악)’, ‘이진만(이 전 상임위원자의 전임 양형위 상임위원) 일 계속?’이라는 메모가 적혔다. 누가 말한 것을 적은 것인지 자신의 생각을 적은 것인지는 기억나지 않는다고 했지만 양형위 상임위원이 헌재 내부 정보를 파악하는 일을 하게 된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 전 상임위원은 2015년부터 헌재에 파견된 최희준 부장판사를 통해 헌재 동향과 관련된 정보를 얻었다.

●“법원-헌재 권한 문제 있어…판단 다르면 국민들 혼선”

박 전 대법관의 변호인은 반대신문을 통해 “헌법과 헌법재판소법에 법원의 재판은 헌법소원 대상에서 제외되는 것으로 명시됐는데도 헌재가 사실상 헌법소원의 범위를 확대해 명령, 규칙에 대한 심판도 강행해 수십 년간 대법원과 갈등을 빚었지 않느냐”고 역설했다. 특히 “재판소원의 경우 대법원이 이미 확정한 판결을 취소해달라고 헌법재판소에 낸 재판소원이 받아들여져 법원의 확정 판결이 취소될 경우 판결의 집행이나 재심 등 후속 절차에서 일선 법원과 당사자들에 큰 혼선이 야기될 우려가 있지 않느냐”고 묻기도 했다. 이 전 상임위원은 “그런 우려가 있고 실제로 (혼선이) 야기된 적도 있었다”고 답했다. 그는 “개인적으로 법원과 헌재 간 권한 문제가 있다고 생각했다”고도 덧붙였다.

“그러나 어떤 판결에 대해 재판소원이 제기됐는지 법원에 알려주는 절차가 없고 헌재에서도 아무런 통보를 해주지 않았죠?” (박 전 대법관 측 변호인)

“네. 통보해주지 않습니다.” (이 전 상임위원)

“헌재에서 대법원 판결과 상충된 결과가 나오면 법적 안정성에 큰 문제가 되고 관련 쟁점을 포함한 다른 사건들에도 직간접적 영향을 미치죠?” (박 전 대법관 측 변호인)

“맞습니다.” (이 전 상임위원)

“그래서 대법원은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어야 할 필요가 있었죠? 특히 위헌심판 사건은 더욱 그렇지 않습니까. 재판부가 위헌신청 제청한 사건과 달리 재판절차가 정지되지 않아 위험시판 사건에서 한정위헌 결정이 나면 문제가 생기지요?” (박 전 대법관 측 변호인)

“네.” (이 전 상임위원)

“대법원이 정확하게 파악하려면 파견 법관 외에 실질적으로 마땅한 방법이 없죠?” (박 전 대법관 측 변호인)

“네, 없습니다.” (이 전 상임위원)

●“2001년에도 헌재 파견돼 사건 정보 전달… ‘공식 정보원’ 역할”

이러한 이유들로 헌재 파견 법관을 통해 헌재에 접수된 사건의 내용을 체크했던 것이 오래 전부터 해온 실무절차였다고 변호인은 거듭 확인했다. 이 전 상임위원도 “2001~2002년 제가 헌재 파견 법관 가있을 때도 실제로 (헌재에서 진행 중인 사건에 대한 정보를 대법원에) 전달한 적이 있다”고 말했다. “헌재에서 사건이 진행되고 있는 중 법원과 헌재에서 상충된 판단이 나오면 재판 당사자를 비롯해 국민 등에게 생길 혼란을 방지하고 피해를 줄이려는 것”이라고 변호인은 강조했다.

“(헌재 내부 동향을 파악한 것이) 대법원의 위상을 제고할 목적에서 한 것이었습니까?” (박 전 대법관 측 변호인)

“그건 아닌데 일부 보고서에 헌재를 비판하는 취지의 문건이 있어서 검찰이 그렇게 말하는 것으로 생각됩니다.”

“최희준 부장판사는 파견 법관이 대법원과 헌재 사이에서 긴밀히 연락하여 서로 모순된 판결이 나오는 것을 방지해온 것을 증인이 잘 알고 있죠? (사건에 대한) 결론이 모순되지 않고 조화로운 결론을 도출할 수 있도록 정보 교류가 필요하고 파견 부장판사 연구관이 주로 그 역할을 담당해 온 것으로 이해했다고 증언했는데 증인도 마찬가지로 인식했습니까?” (박 전 대법관 측 변호인)

“네, 그렇습니다.” (이 전 상임위원)

이 전 상임위원 “당시 헌재 연구관들이 농담삼아 파견 법관들을 ‘공식 정보원’으로 불렀다”면서 “(파견 법관이 대법원과 헌재의 가교 역할을 한 것이) 아주 자주 있는 일이었다”고 밝혔다. 앞서 최 부장판사는 지난해 10월 이 재판의 증인으로 나와 2015년 3월 법원행정처 고위 간부들과의 오찬 자리에서 “법원 관련 민감하고 중요한 정보를 바로 전달해 달라”고 이 전 상임위원이 지시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인사평정권자는 법원행정처 차장이라는 점을 잊지 말라”고 말해 압박감을 느꼈다는 취지로 주장했다. 그러나 이 전 상임위원은 “인사권을 들이대면서 정보를 요구할 사람이 아니다”라며 부인했고 “가정적 질문이라 답변하지 않겠다”며 불편한 기색을 내비쳤다. 다만 “재판소원이나 한정위헌 등 사법부와 헌재 간 권한분쟁 관련 사건에 대해서는 분명히 얘기한 적이 있다. 하지만 기강을 잡는 과정에서 나온 얘기였다”면서 “인사평정에 대한 언급도 2001~2002년 당시 법원행정처 차장이 헌재에 왔을 때 인사권 문제로 헌법 연구부장에게 꾸지람을 들은 적이 있어 그 경험담을 말한 적은 있다”고 말했다. 2015년 이 전 상임위원이 헌재를 방문했을 때 헌재 수석연구관이 파견 법관들의 근무 태도 등을 언급하는 것을 들어 이를 당시 강형주 법원행정처 차장에게 보고하자 강 전 차장이 화를 내 파견 법관들과 오찬자리에서 기강을 잡게 됐다는 설명이다. 이 전 상임위원은 “헌재 내부 기밀 등 동향을 파악하라는 지시를 박병대 당시 법원행정처장이나 임종헌 기획조정실장에게 들은 적이 있느냐”는 변호인의 질문도 부인했다.

2015년 7~9월 최 부장판사는 헌재에서 심리 중인 민주화운동보상법 위헌심판제청사건의 주심재판관과 쟁점, 재판관 평의 일정, 헌재 연구관 보고서 등을 이 전 상임위원에게 보고한 것을 비롯해 관습법 헌법소원 사건, 현대자동차 비정규직 노조 업무방해 사건, GS 칼텍스 사건, 과거사 소멸시효 사건 등 헌재의 주요 사건들의 배당 현황과 재판연구관 토론 결과 및 보고 내용 등을 지속적으로 이 전 상임위원을 통해 법원행정처에 보고했다. 그러나 이 전 상임위원은 양 전 대법원장은 물론 법원행정처장이던 박 전 대법관 등이 직접 헌재 내부 기밀과 동향을 보고하도록 하라고 지시하진 않았다고 강조했다.

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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