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女핸드볼, 카자흐 알마티까지 무려 33시간

아시아 女핸드볼, 카자흐 알마티까지 무려 33시간

입력 2010-12-20 00:00
수정 2010-12-20 00:22
  • 기사 읽어주기
    다시듣기
  • 글씨 크기 조절
  • 댓글
    14

공항서 꼬박 3일… 비행기만 3번

히말라야는 신이 허락해야 오를 수 있다고 했던가. 아시아선수권에 나선 여자핸드볼 대표팀의 카자흐스탄 알마티 입성기는 이 못지않게 어려웠다. 공항에서만 꼬박 3일을 보냈다. 비행기만 3번을 갈아탔다. 15시간 넘게 비행기에 앉아 있었고, 10시간 넘게 공항에서 기다렸다. 먹고 앉고, 먹고 자고, 먹고 기다렸다. 보통 땐 6시간이면 충분하다.

●난민처럼 시간 보낸 ‘지옥의 레이스’

첫날부터 조짐이 심상치 않았다. 지난 17일 오후 인천공항에 모였지만 항공사 측이 결항될지 모른다고 했다. 현지에 안개가 심하게 끼었다는 설명. 연착될 수도 있다는 말에 차 한잔하면서 느긋하게 기다렸다. 항공사의 우유부단함(?) 때문에 인천공항에서 4시간을 기다린 선수단은 태릉선수촌으로 돌아갔다. 오후 8시 30분부터 1시간 동안 야간운동도 했다. 그래도 이때까지는 괜찮았다. 다음날 전세기를 운항할지도 모른다는 기대도 있었다. 하지만 이건 ‘지옥의 레이스’ 예고편이었다.

이미지 확대
여자핸드볼대표팀이 18일 자정을 넘긴 시간, 경유지인 인도 델리공항에서 노트북으로 전력분석파일을 보며 준비한 패턴을 확인하고 있다.
여자핸드볼대표팀이 18일 자정을 넘긴 시간, 경유지인 인도 델리공항에서 노트북으로 전력분석파일을 보며 준비한 패턴을 확인하고 있다.
18일 오전 8시 30분, 또 인천공항으로 출발했다. 직항이 없어 경유지 델리(인도)까지 9시간을 날았다. 이곳에서는 ‘난민’처럼 시간을 보냈다. 지나가는 사람들이 불쌍하게 혹은 불안하게 쳐다봤다. 그래도 분위기는 괜찮았다. ‘우생순’은 공항 카펫에 널브러진(?) 자세로 있으면서도 경기 때 써먹을 패턴을 토론하고 확인했다. 5시간을 그렇게 보낸 끝에 에어 아스타나를 탔다. 또 5시간의 비행. 한국시간으로 새벽 3시가 지난 시간, 선수들은 꾸벅꾸벅 졸면서 힘든 비행을 견뎠다.

●印델리공항에 널브러져 작전토론

드디어 도착! 감격이었다. 하지만 이번에도 알마티가 아니었다. 카자흐스탄의 수도 아스타나였다. 알마티에 안개가 워낙 짙어 다른 공항에 내린 것. “이번에야말로”를 외치던 선수단의 표정은 사색이 됐다. 모두 짜증이 가득했다. 당연했다. 준비해온 전기밥솥에 물을 끓여 컵라면으로 기력을 회복했다. 아스타나에서도 4시간 30분을 기다려야 했다. 이후 90분을 더 날아간 끝에 알마티 땅을 밟았다.

태릉선수촌을 떠난 지 무려 33시간 만에 목적지에 도착한 것. 호텔까지 1시간 버스를 탔지만 호되게 단련된 선수단에는 ‘껌’이었다. 신임사령탑 강재원 감독은 “얼마나 잘하려고 처음부터 액땜을 이렇게 호되게 하는지 모르겠다.”면서 웃었다.

참가국 가운데 한국, 중국, 일본, 북한의 입국이 지연되면서 19일 열릴 예정이던 이들 4개국의 경기는 연기됐다.

글 사진 알마티 조은지기자 zone4@seoul.co.kr
2010-12-20 29면
close button
많이 본 뉴스
1 / 3
당신의 국민연금 개혁 방향은?
최근 연금개혁청년행동이 국민연금 개혁 방향과 관련해 어느 쪽에 중점을 둬야 하는지 여론조사를 실시해 눈길을 끌었습니다. 미래 재정 안정을 우선시하는 ‘재정안정론’, 연금 수급액 확대를 중점으로 한 ‘소득보장론’, 그외에 ‘국민연금 폐지’ 등 3가지 안을 제안했는데요. 당신의 생각은 어떤가요?
재정안정론
소득보장론
국민연금 폐지
모르겠다
광고삭제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