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젠틀남’ 강재원 女心 사로잡다

‘젠틀남’ 강재원 女心 사로잡다

입력 2010-12-21 00:00
수정 2010-12-21 0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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女핸드볼 신임 감독… 亞선수권서 태국 꺾고 데뷔전 V 신고

여자는 분위기에 약하다고 했다. 운동경기도 분위기가 승패를 좌우한다고 했다. 그래서 여자 스포츠팀에는 분위기가 정말 중요하다. 한번 흐름을 타면 무서운 게 없지만, 한번 침체되면 끌어올리기가 너무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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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재원 女핸드볼 신임 감독
강재원 女핸드볼 신임 감독
광저우아시안게임에서 6연패가 좌절된 여자핸드볼팀. 분위기가 안 좋아야 정상이다. 그런데 어쩐지 분위기가 괜찮다. 아시안게임의 아쉬움을 아시아선수권 우승으로 설욕하겠다는 비장감도 있지만 그게 주가 아니다. 그보다는 여유가 넘친다는 표현이 알맞다. 살짝 삐끗했을 뿐 “실력으로 아시아에 적수가 없다.”는 자신감이 여전하다. 선수단엔 적당한 긴장감과 여유가 조화를 이루고 있다.

그 중심에 신임사령탑 강재원(45) 감독이 있다. 강 감독은 지난달 30일 여자국가대표팀 사령탑에 올랐다. 훈련 때는 직접 트레이닝복을 챙겨입고 코트를 누빈다. 패스와 슈팅을 함께 하고 패턴과 수비포지션은 발로 짚으며 가르친다. 개인별로 몸상태를 체크하는 건 기본이다. ‘아픈 건 참고 뛰는 게 당연한 줄 알았던’ 선수들에게 획기적인 변화다. 훈련장에선 엄격하지만 그 외엔 너그럽다. 휴식시간엔 선수들과 어울려 과자도 먹고 수다도 떨고 오락도 한다. 운동할 때도, 먹을 때도, 차에 오를 때도 선수가 우선이다.

‘미중년’인 것도 플러스. 40대 중반이지만 ‘똥배’도 없다.‘욘사마’를 떠오르게 하는 곱슬머리와 뿔테안경, 긴 목도리까지 장착했다. 최연소(17세) 국가대표 기록에 유럽리그(스위스 그라스호퍼) 득점왕 출신인 것도 믿음직스럽다. 1995년 한국남자팀 코치부터 미국여자대표팀(1999년)-일본 다이도스틸(2005년)-중국여자대표팀(2007년) 감독을 거치며 쌓인 내공도 무시할 수 없다.

이런저런 이유들로 강 감독은 20여일 만에 여심(女心)을 사로잡았다. 선수들은 “힘들게 훈련하다 보면 감독님이 야속하기 마련인데 그런 생각이 전혀 안 든다. 합리적이고 세련된 분이다. 10점 만점에 10점”이라고 입을 모았다. 강 감독도 신나긴 마찬가지. “중국팀을 2년 가르쳤는데, 걔들 가르치다가 한국 맡으니 얼마나 편한지 모르겠다. 개인기술도 좋고 정신력도 훌륭하고 영리하다.”고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역시 분위기가 좋으니 출발도 좋았다. 한국은 20일 카자흐스탄 알마티 발루안샬락경기장에서 열린 선수권 첫 경기에서 태국을 38-11로 완파했다. 강 감독의 데뷔전 승리다.

글 사진 알마티 조은지기자

zone4@seoul.co.kr
2010-12-21 2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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