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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S로마 영입 소식 전하며 실종 어린이 광고도 함께, 다섯이나 가족 찾아

AS로마 영입 소식 전하며 실종 어린이 광고도 함께, 다섯이나 가족 찾아

임병선 기자
입력 2019-12-01 17:00
업데이트 2019-12-01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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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프로축구 AS 로마는 지난 시즌 여름 이적시장에서 골키퍼 파우 로페스 등을 영입했다는 소식을 소셜미디어에 알리며 실종된 어린이들을 찾는 캠페인 광고를 넣었다. 이적 소식을 알리는 72개 동영상에 109명의 실종 어린이 얼굴과 신고 전화번호 등을 넣어 12개국 언어로 제작해 뿌렸는데 놀랍게도 다섯 어린이를 찾는 데 도움이 됐다고 영국 BBC 스포츠가 지난달 2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케냐 출신 두 어린이와 런던의 두 10대 소녀, 벨기에 출신 소년이 사랑하는 이들의 곁에 돌아올 수 있었다.

캠페인 담당 폴 로저스가 1990년대 록 밴드 ‘솔 어사일럼’이 히트곡 ‘러너웨이 트레인’ 뮤직비디오에 실종 아동의 얼굴을 넣었던 것에 착안했다. 구단의 소셜미디어 팔로아가 1600만명이니 의미있는 일을 해보자는 취지였다. 한 명도 못 찾더라도 사회적 관심을 환기하면 의미는 있다고 봤다.

지금까지 실종 어린이를 찾는 캠페인은 소셜미디어를 통해 900만회 이상 시청됐고 구단은 미국과 영국, 이탈리아, 스페인, 케냐 등 12개 기관과 협력하고 있다. 내년 1월 겨울이적 시장이 열리면 더 늘릴 계획이다.

축구 클럽의 이적 소식은 소셜미디어에서 짧은 시간 폭발적으로 파급되는 데다 선수가 국경을 넘어 이적하면 특정한 수용자에게 맞춤한 정보를 파급시키는 장점도 있다. 예를 들어 AS 로마는 크리스 스몰링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서 데려오면서 영국에서 사라진 어린이를 찾는 캠페인 광고를 물렸다. 마찬가지로 다비드 자파코스타를 첼시에서 영입한 소식을 전하며 런던의 소녀 가운데 한 명을 찾는 광고를 물렸는데 이번에 가족과 재회했다.
솔 어사일럼의 뮤직 비디오도 마찬가지였다. 그 밴드는 미국의 동해안, 서해안, 또는 영국에서 방영되느냐에 따라 각각 다른 실종 어린이 사진을 물렸다.

물론 이 동영상 덕분에만 실종된 어린이들이 가족을 찾게 됐다고는 말할 수 없다. 하지만 동영상을 퍼뜨린 성과이며 도움이 됐다고 얘기할 수는 있다. 로저스는 아이를 찾았다는 소식이 전해질 때마다 사무실 분위기가 행복한 느낌에 젖어든다고 소개했다.

처음에는 팀에 새로운 선수가 영입된다는 기쁜 소식을 전하며 왜 슬픈 이야기를 늘어놓느냐고 뜨악해 하는 팬들도 있었지만 이제는 모두 고개를 끄덕이게 됐다.

매년 영국에선 14만명의 어린이가 실종돼 이 가운데 대부분이 24~28시간 안에 발견되지만 1%인 1400명 정도가 1년 넘어도 가족을 영영 찾지 못한다.

약간의 문제는 있다. 가족을 찾은 아이들을 알아볼 수 있는 정보를 신속히 소셜미디어에서 삭제해 ‘잊힐 권리’를 존중하는 일이다. 또 왜 이적시장이 열릴 때만 실종 아동 동영상을 내보내야 하느냐고 의문을 제기하는 이들도 있다. 이에 대한 로저스의 답은 “다른 때 하면 그만한 폭발력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그는 나아가 내년 5월 25일 국제 실종 어린이의 날에는 스페인 프로축구 FC 바르셀로나와 EPL 맨유나 리버풀 같은 더 크고 유명한 클럽들이 함께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리 복셀(오른족)이 1988년 실종되기 얼마 전에 부친 피터와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 무려 31년이 흘렀다. 이탈리아 프로축구 AS 로마가 지난 여름 이적시장에서 영입한 파우 로페스를 소개하며 리를 찾는다는 광고를 물렸다.
리 복셀(오른족)이 1988년 실종되기 얼마 전에 부친 피터와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 무려 31년이 흘렀다. 이탈리아 프로축구 AS 로마가 지난 여름 이적시장에서 영입한 파우 로페스를 소개하며 리를 찾는다는 광고를 물렸다.
파우 로페스의 영입 동영상 옆에는 리 복셀이란 아이를 찾는다는 캠페인 광고가 있었다. 리는 열다섯 살 때인 31년 전 사라졌는데 아직도 아버지 피터는 애타게 아들을 찾고 있다. 서튼 유나이티드 팬이었던 리를 찾기 위해 일년 넘게 영국 전역의 공동묘지를 모두 뒤졌고 크라임워치란 프로그램에 네 차례나 출연해 호소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피터는 실종된 이들을 위한 합창단을 조직해 2017년 ‘갓 탤런트’ 본선에까지 진출했는데 실종자 문제에 대한 대중의 관심을 끌어보겠다는 뜻에서였다.

복셀은 동영상을 본 이들이 자신의 아픔을 이해하고 위로해주는 것만으로도 큰 위안이 되고 이제는 소중한 이들을 잃어버린 사람들을 돕고 위로하는 게 자신의 새로운 임무라고 여긴다고 털어놓았다. 아울러 축구 팬들의 따듯한 위로가 편한 담요를 덮는 것 같은 느낌을 준다고 했다.

이제 시신이라도 찾아 장례라도 치러으면 좋겠다는 그는 “설명하기 어렵지만 우리는 혼자가 아니며 나혼자만 고통을 겪는 것도 아니란 것을 느낀다”며 “내 아들이 아니라도 동영상을 통해 누군가 다른 아이를 사람들이 알아볼 수 있게 돼 가족과 재회할 수 있다는 희망을 갖는 것으로 족하다”고 말했다.

임병선 기자 bsnim@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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