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아 퍼펙트 금메달] ‘女神의 피겨샘’ 22년 금메달 한 풀었다

[김연아 퍼펙트 금메달] ‘女神의 피겨샘’ 22년 금메달 한 풀었다

입력 2010-02-27 00:00
수정 2010-02-27 0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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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 22년 전 일이다. 27세 브라이언 오서는 혼자 샤워실에 엎드려 있었다. 캘거리 동계올림픽 남자 피겨 은메달을 딴 직후였다. 입은 벌어졌고 표정은 굳어 있었다. 최고의 연기를 펼쳤다고 생각했었다. 단 한번도 실수하지 않았다. 우승을 자신했다. 그러나 졌다. 우승자는 미국의 브라이언 보이타노였다. 0.1점차. 오서가 평생 꿈꿨던 올림픽 금메달은 그렇게 날아갔다. 오서는 더 이상 피겨를 계속할 힘을 잃었다. 대회가 끝난 뒤 곧바로 은퇴를 선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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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이언 오서 코치 연합뉴스
브라이언 오서 코치
연합뉴스
오서는 이 대회 가장 유력한 금메달 후보였다. 더구나 홈그라운드 캐나다에서 열리는 올림픽. 절호의 기회였다. 그러나 오서는 ‘브라이언의 전투’(오서와 보이타노의 라이벌전)에서 패했다. 이후 오서는 프로로 전향했다. 아이스쇼 연기자로 살았다. ‘미스터 트리플 악셀’로 불리던 오서는 화려했다. 팬들은 여전히 그의 연기에 환호했다. 그러나 목표 없는 연기자 생활은 지루했다. 개인적으로도 힘든 일이 겹쳤다. 동거하던 남자친구가 이별 위자료 소송을 제기하면서 동성애자라는 게 드러났다. 오서는 “나는 극도로 위축됐었고 내 테두리 밖으로 나가고 싶지 않았었다.”고 했다.

그리고 2006년. 오서는 김연아를 만났다. 운명이었다. 당시 김연아는 성인 무대 데뷔를 앞두고 캐나다로 연수를 왔다. 오서는 김연아가 훈련한 아이스링크의 책임자였다. 처음 파트타임 코치를 맡았고 2007년 풀타임 코치가 됐다. 김연아는 오서의 첫 제자다.

오서는 김연아를 통해 다시 올림픽 금메달을 꿈꾸기 시작했다. 자신의 22년 전 경험을 김연아에게 그대로 전달했다. 오서에게 라이벌 보이타노가 있었듯 김연아에게는 아사다 마오가 있다. 김연아는 “브라이언의 전투를 겪은 그의 경험은 비슷한 상황인 내게 큰 도움이 됐다.”고 했다.

그리고 26일, 김연아는 밴쿠버에서 금메달을 따냈다. 링크 밖에서 함께 점프하고 환호하던 오서의 눈에 눈물이 맺혔다. 그의 평생 꿈은 2010년에야 이뤄졌다.

박창규기자 nada@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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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2-27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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